자금시장 여건 외면한 무리한 민영화 밀어붙이기

한국통신의 14.7% 지분 국내 매각이 실패한 것은 자금시장 흐름 및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정부가 민영화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밀어 붙인 예고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기대했던 대기업들의 입찰 참여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고 IMT2000 동기식 컨소시엄 구성과 맞물려 통신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워준 꼴이 됐다.

◇왜 실패했나 =기본적으로 국내자금시장의 체력적 한계가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부는 이번 입찰을 통해 5097만주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실제 청약률은 11.7%인 597만주에 불과했다. 낙찰률은 목표대비 겨우 6.5%였고 전체 지분율로 따지면 1.1% 수준이었다.

특히 낙찰 예정가가 30일 가중평균치인 7만2900원을 크게 밑도는 6만5500원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어 매우 충격적이다. 이는 실수요자가 없는 상태에서 매각이 이뤄졌음을 반증한다.

물론 경영권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 대기업 투자자들이 없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실제 원인은 시장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하반기 국내매각은=정부는 상반기중 전략적 제휴(15%)에 이어 16% 지분을 해외DR 형태로 매각한다. 이에따라 국내지분매각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국내 자금시장의 체력이 회복될 수 있느냐다. 이번 국내 매각 실패는 경기저점에 대한 불확실성과 유동성 부족이라는 국내 자금시장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4분기부터 국내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하고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하반기 이후 국내 지분매각은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해외전략적 제휴와 해외DR 발행이 성공한다면 이는 국내매각에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하반기중 정부가 현재의 경기부양 우선정책을 뒤로 하고 구조개혁을 앞세울 경우 하반기 실시예정인 KT지분의 국내 매각은 다시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KT지분을 국내 매각하기 위해 경쟁입찰 외에 선택가능한 대안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때 검토됐던 교환국채발행이나 할인매각 방식은 법률적 또는 현실적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1인 지배주주 허용하나 =앞으로 최대 논란은 대기업의 KT 경영권 장악문제가 될 것이다. 이번 입찰에서도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비록 애드벌룬성 발언이긴 하지만 대기업투자자들의 참여유도를 위해 동일인 지분한도 15%를 풀 수 있다고 암시해 왔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KT의 경영권을 대기업에 주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줄곧 『KT의 완전민영화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독점적 사업자인 KT를 특정기업이나 외국인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99%의 가입자망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국민에 대한 고객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KT를 특정기업에 넘겨준다는 것은 특혜의혹만 키울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는 또한 현 정부가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재벌 개혁과도 상치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정부는 KT와 재벌기업간 전략적 제휴관계 설정 방식 등을 도입, 재벌의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택기자 조시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