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남북한의 정보격차

이경수 인포비전 대표 vis-lgs@infovision.co.kr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방문을 계기로 진전되기 시작한 남북관계 개선 및 북한의 변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상하이 경제특구를 이례적으로 많은 수행원을 대동하여 시찰하고 주룽지 총리를 비롯한 많은 중국측 인사와 만나는가 했더니 이어서 신의주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한다고 하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북한 경제발전을 위해 중국식 개방모델을 원용한 북한식 부분적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물론 북한이 이를 통해 발전시키고자 하는 산업 분야는 무엇보다도 정보통신산업, 이른바 IT산업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여러 조사보고서나 문헌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광케이블 연장이 총 1400㎞ 정도이고, 펜티엄급 이상의 고성능 컴퓨터가 바세나르협약에 의해 공식적인 반입이 막혀 있으며, 북한 식별 국가도메인인 「.kp」로 등록되어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전무하는 등 정보통신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과 인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개방정책을 펴 IT산업의 발전을 꾀하고 이를 통해 북한 경제발전을 추구하고자 하나 이는 기본적인 정보통신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한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전국 광통신망 인프라 구축을 계획보다 몇 년 앞당겨 완료한 바 있다. 또한 인터넷 사용 인구가 이미 1600만명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닷컴」기업들에 의해 주도되는 인터넷산업은 일본에서조차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발전하는 등 남한의 정보통신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남북한의 현실을 비교해 볼 때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현저한 정보격차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통일 이후 국가의 균형된 정보화와 IT산업 발전을 위해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동독을 위한 서독의 정책 추진을 참고할 만하다. 당시 서독정부는 낙후된 동독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텔레콤2000」이라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를 통해 90년부터 97년까지 600억마르크(약 32조원)를 투자하여 동독의 정보통신 인프라 수준을 서독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향상시켰다고 한다.

현재 우리 정부의 정보통신정책 방향은 전체적으로 국가의 지식정보화와 IT산업의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고 있다. 특히 지식정보화는 국가의 총체적인 정보화 수준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으나 부문별·계층별·지역별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국가적 차원의 정보격차 해소 방안을 고민할 때 북한을 포함해야 하며 남북한간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차분하면서도 체계적인 정책방향을 모색할 때라고 생각된다.

북한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 방안 강구에는 남한내의 정보격차 해소와는 또 다른 측면의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긴밀한 남북한간의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자면, 남북 통신망 연동을 위한 표준화, 컴퓨터 자판 배열 및 자모 순서 표준화, 정보통신 용어의 표준화, 남북한 정보통신 인력의 교류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앞서 연구가 진행돼야 할 사안들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21세기 첨단 지식정보사회에 접어 들면서 한편으로는 50년간의 단절을 깨고 국가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21세기의 통일된 한국이 세계속에서 중심이 되는 선진 지식정보국가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