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국통신의 IMT2000 컨소시엄에 속에 있는 중소규모 벤처기업들은 이달 들어 자사에 배정된 출자금액을 납부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납부해야 할 금액이 업체별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해 벤처기업으로서는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여유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수많은 기업들이 자금시장에 몰려들면서 벤처캐피털이나 은행으로부터도 자금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비스 시점 연기론까지 대두되면서 출자자금 회수시점이 당초 기대치보다 6개월 이상 늦춰질 수 있다는 점도 갈등 요인이다.
또 IMT2000서비스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한국통신IMT의 주가가 최초 6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막대한 시설투자비가 요구되는 IMT2000사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이 필요하고 미래 증시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업체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국통신IMT 컨소시엄에 속한 A사는 15일인 청약마감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자사에 배정된 약 10억원의 출자금액을 납부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로 자금 회전이 좋지 않은 데다 올 하반기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어 10억원의 자금을 IMT2000에 묶어두는 것보다 현금으로 보유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다른 벤처기업 B사는 IMT컨소시엄 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을 통해 대출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금주 들어 사채시장 쪽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사채시장에서도 자금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설사 자금을 구한다 하더라도 연간 10∼24% 이상에 달하는 이자 부담을 고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B사와 같은 처지에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사채시장에서는 대출이 아닌 주식매매를 전제조건으로 자금을 대려는 사채업자들도 출현했고 이들은 한국통신IMT 주식 한 주당 2000원이 프리미엄으로 붙은 2만원씩에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을 유혹하고 있다.
C사는 이미 출자대금을 마련해 놨지만 아직 청약신청은 하지 않았다. 청약 마지막날인 15일의 마감 분위기를 살핀 후 출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만 정했다.
이 회사는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의 동향과 현재 500만주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일반공모의 경쟁률을 참고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풍부한 중견기업이나 대형 벤처기업의 경우는 자본 출자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신생 벤처기업이나 유휴자금이 많지 않은 일부 벤처기업의 경우 대부분이 비상장기업이어서 단기간 내 자본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컨소시엄 참여업체라는 특혜를 입고도 출자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