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항소법원이 12일 냅스터(http://www.napster.com)에 대해 저작권 음악을 인터넷 회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은 온라인 음악사이트 냅스터에 대한 사실상의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지난 99년 5월 인터넷에서 무료 음악 서비스를 시작한 후 약 2년 반 동안 6000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았던 냅스터는 회사 설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판결은 또 앞으로 사이버스페이스(가상공간) 속에서의 영화나 서적 등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냅스터는 저작권 음악 판매 중지와 함께 MP3파일(콤팩트디스크 수록 음악을 작은 컴퓨터 파일로 압축)로 저장된 노래들을 회원들과 연결하는 장치(링크)를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링크가 제거되면 냅스터가 회원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기반도 사라지게 된다.
냅스터를 특히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샌프란시스코 소재 연방 제9순회 항소법원이 『냅스터가 그동안 고의적으로 자사 회원들에게 음반 회사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도록 부추겨왔다』며 1심보다 더 나쁘게 평가했다는 점이다. 또 냅스터가 회원들을 대신해 저작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높고 회원들이 무료로 음악을 교환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역시 잘못이라는 지적도 냅스터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비록 법원이 지난해 7월 연방지법이 내린 냅스터 예비 폐쇄 명령은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며 음악의 저작권 침해 방지에 초점을 맞춰 명령을 다시 내리도록 지시해 냅스터가 연방지법의 메들린 패틀 판사가 명령문을 다시 쓸 때까지 영업을 계속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조금 벌었을 뿐 서비스 중단이라는 현실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냅스터가 성명을 통해 자사 사이트의 폐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미 연방법원 판결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상고를 통해 이번 판결내용이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냅스터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두가지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법정싸움을 계속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음반업계와 법정 밖 화해를 시도하는 것이다.
냅스터는 이미 자신들을 고소했던 음반업체 중 하나인 독일 BMG의 모회사 베르텔스만과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화해한 바 있다. 베르텔스만은 냅스터에 3000만∼5000만달러를 출자해 일정 지분을 인수하자 BMG도 소송을 취하했다. 당시 다른 음반회사들도 냅스터가 무료 서비스를 유료화할 경우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냅스터와 베르텔스만의 제휴는 독일의 에델뮤직으로부터 지지를 받아냈으며 미국의 최대 독립 음반회사인 TVT레코드로부터 지난달 26일 15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게 하는 성과를 거둬들이기도 했다.
냅스터의 향후 움직임과 관계없이 이번 항소법원 판결은 앞으로 냅스터와 유사한 음악파일 배포 업체들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냅스터가 폐쇄되면 회원들이 그누텔라(Gnutella), 프리넷(Freenet), 스카우어익스체인지(Scour Exchange), 아이메시(iMesh), 큐트엠엑스(CuteMX) 등 다른 사이트들로 몰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으나 이들 역시 저작권 침해 제소를 걱정해야 할 판이어서 반사이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음반업계는 환영일색이다. 400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데다 유사 서비스들을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 로젠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회장은 『법원이 제기된 모든 법적 문제에서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에서 승리한 음반업체들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이번 판결에 불만을 품고 있는 네티즌들의 반발을 무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저작권법 전문 변호사들은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음반업계도 계속 수많은 소송을 벌여 승리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신기술을 이용해 저작권 판매나 회원가입 등의 방법으로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냅스터 소송 일지◎
▲1999년 5월:대학 낙제생이었던 숀 패닝이 온라인 음악사이트 냅스터 설립.
▲1999년 12월 7일:유니버설·소니·워너·BMG·EMI 등 세계 5대 음반업체를 대표하는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냅스터의 무료 서비스로 음반업계가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며 제소.
▲2000년 5월 5일:연방지법 메릴린 패틀 판사, 냅스터는 저작권법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판결.
▲2000년 7월 26일:패틀 판사, 냅스터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어 음반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냅스터 사이트 잠정 폐쇄 명령.
▲2000년 7월 28일:제9연방항소법원, 1심 판결을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이트 폐쇄 명령 집행 유보.
▲2000년 10월 31일:냅스터, 저작권료를 받는 회원제 음악 사이트를 개발하겠다며 독일 미디어그룹 베르텔스만과 제휴.
▲2001년 2월 12일:연방항소법원, 4개월간의 심리 끝에 저작권 음반 배포 중지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