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프로게이머 올해 연봉킹은 누구?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올해 연봉은 99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18억원에 달한다. 벤처기업 초기 자본금을 대략 10억원으로 잡으면 어림잡아 12개 업체를 거느린 재벌 회장이 될 수 있는 돈이다.

그럼 국내 프로게이머 중에는 누가 박찬호의 꿈을 꾸고 있을까. 「캐나디안 특급」 기욤 패트리와 「게임 축구의 제왕」 이지훈이 그 선봉에 서있다.

기욤 패트리는 99년 뉴욕에서 열린 PGL시즌에서 우승해 1만달러의 상금을 받았으며 샌프란시스코와 프랑스, 파리 등에서 열린 게임대회에서도 연거푸 우승을 차지, 외국인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또 블리자드 공식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며 외국에선 더 이상 대적할 자 없는 천상천하의 지존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99년 8월 코리안드림을 안고 혈혈단신 세계 최고의 게임 선진국인 한국을 향해 태평양을 건넜다.

하지만 국내 진입 후 녹록지 않은 한국선수들의 실력에 잠시 주춤, 역시 게임 최고 무대의 벽을 느껴야 했다. 특히 지난해는 소속팀 U2U4가 해체되면서 무적선수로 남는 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와신상담하며 실력을 다져 2000년 하나로통신배 스타리그, 온게임넷 왕중왕전 등에서 우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리고 올해 한게임과 연봉 4000만원에 계약, 프로게이머 최고 연봉 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기욤이 연봉 킹의 자리를 계속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FIFA의 제왕 이지훈(ⓝ016 Magicⓝ’s)이 연봉협상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훈은 축구게임 FIFA의 최강자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2000년 KIGL 하계·추계·동계리그 피파부문 3연속 우승을 비롯, 피파부문 최다연승기록(16연승), 전부문 최고의 승률(0.937, 32전30승2패)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수립하며 지존에 올라섰다.

현재 이지훈의 소속구단측은 이 선수와의 재계약을 추진하면서 연봉협상액을 극비에 부치고 있다. 그러나 이지훈의 게임업계 상징성등을 고려할 때 국내 최고의 연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선수의 소속구단측은 그동안 라이벌인 기욤의 연봉협상 결과를 계속 주목해 왔다는 점에서 이지훈의 연봉 기록 경신이 예상된다.

기욤과 이지훈은 최고 연봉 선수 이외에도 최고 수입 선수 타이틀을 놓고도 치열한 각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프로게이머에게는 연봉 이외에 각종 대회 상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욤 패트리의 경우 지난해 연봉 외에 주요 대회 상금, 이벤트 출연 등으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려 연봉 포함, 1억5000만원에 이르는 수입을 올렸다. 올해는 주요 대회에서 3회 이상 우승해 5000만원 정도의 상금에 각종 이벤트 수입 및 방송 출연료로 6000만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광고 및 게임강사료도 3000만∼4000만원 정도를 바라보고 있어 2001년 기욤의 예상 소득은 약 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지훈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WCGC대회 상금 2700만원을 비롯, KIGL 우승상금 2100만원 등 연봉과 이벤트, 방송출연료까지 포함하며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렸다. 올해도 1억원은 거뜬할 것이란 게 주위 사람들의 예상이다.

이 두 선수의 장래 목표는 박찬호와 같은 스포츠재벌이다.

지난 94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첫해 받은 연봉이 1만5000달러(한화 1800만원), 2년차 연봉이 3만1000달러(한화 3700만원)임을 고려해 볼 때 이들의 포부가 단지 「희망사항」이라고 보기 힘들다. 프로게이머 2년차인 이들의 연봉이 이미 당시 박찬호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6년후 프로게임계에서도 박찬호에 버금가는 「프로게이머 재벌」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