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P업계 출혈경쟁 논란

「온라인서비스임대업(ASP)시장, 순수한 가격경쟁이냐 출혈경쟁이냐.」

LG전자의 10개 부품 협력사를 대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ASP서비스를 시범 제공키로 한 비투비인터넷(대표 이한주 http://www.b2binternet.co.kr)이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 ASP시장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투비인터넷은 타사의 가격에 10%에 불과한 가격으로 ERP ASP를 지원키로 지난해 LG전자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6일 시범서비스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특히 비투비인터넷은 ERP 시스템 구축 및 향후 수개월간의 시범서비스를 무료 제공할 계획이어서 가격 측면에서 기존 ASP업체들과 뚜렷한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비투비인터넷 김운석 이사는 『10개 시범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당 월 10만원 정도면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판단에 이같이 결정했다』면서 『이를 위해 ERP 가운데 생산·자재관리 부문을 공통 모듈화해 최대한 비용을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중점 공략대상이 10개 사용자 미만의 중소기업인데다 초기 성공사례 확보를 위해 초저가 전략을 추진중』이라며 『사용기업이 확대되고 부가기능이 보강된다면 추가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투비인터넷의 이같은 가격정책이 결국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을 초래, 초기 진입단계에 있는 ASP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시장조성에 앞서 적정 가격에 대한 마지노선을 깰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회계·재무·인사·생산·판매 등 통합 ERP에 대한 ASP 월사용료의 경우 국산제품이라도 일정 규모의 기업이 사용자당 10만원 이상, 소규모 기업은 업체당 100만원 이상이 통상적으로 알려진 적정 수준이다. ASP업계 관계자는 『비투비인터넷의 ASP가 ERP 중 일부만을 소화한다 하더라도 서버운용·프로그램개발·망임대 비용 등을 감안하면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이 더욱 우려하는 대목은 ASP시장이 향후 품질경쟁보다는 가격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학계의 한 자문위원은 『그동안 국내 정보기술(IT) 시장의 저급한 관행 중 하나는 서비스·품질에 대한 적정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가격경쟁은 시장조성 단계에 있는 ASP업계에 전반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시장진입과 영업기반 확보를 위해 저가전략을 진행중이지만 사실 수익성 확보측면에서는 걱정이 앞선다』면서 『향후 사용기업의 호응을 얼마나 얻는지에 따라 결국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잠잠했던 ASP시장은 비투비인터넷의 시장진입을 계기로 덤핑수주 논란과 업계의 수익기반 확보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편 비투비인터넷은 ERP ASP와 e마켓 솔루션, XML-EDI 솔루션을 3대 주력사업으로 선정, 지난해말 ASP사업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명사인 조너선 리를 회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