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험<4>
홍 의원은 처음에 원칙적인 이야기만을 하였다. 그러다가 식사가 마쳐질 무렵 엉뚱한 말을 꺼냈다.
『아직도 망설여지나? 국회의원 해 보았자 소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아닙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자네 표정이 시종일관 시큰둥해서 말이야. 그러나 자네 기업을 재벌로 키우려면 정계에 들어올 필요가 있네.』
『재벌을 해체하고 있는 마당에 재벌로 키우다니요?』
『대기업으로 말일세.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키우려면 자네의 변신이 요구되지 않겠나? 구체적으로 말해서, 자네가 수년 전에 나를 찾아와 어떤 사업 프로젝트를 보여주면서 정책적으로 도와달라고 한 일이 있었지.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정치적인 뒷받침이 필요했기 때문에 나를 찾아왔던 것이 아닌가? 그때 나는 자네에게 그 일을 하려면 법을 고쳐야 하고, 행정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로비자금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네. 어려운 일을 하겠느냐고 물은 일이 있네. 정치자금도 내야 하고, 정책을 입법하는 과정에 로비도 해야 했었네. 그때 자네는 과도한 정치자금과 로비자금의 부담 때문에 진행하지 못했지. 그러한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네.』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정계의 부조리가 조금도 청산되지 않았다는 뜻인지, 그러한 일에 관습적으로 내려온 일이 고쳐지지 않았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모두 포함되는 말로 보였다.
『자네가 정계에 들어오면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걸세. 아니, 자네가 들어옴으로써 그 프로젝트가 가능할지 모르겠군. 그 하나의 이유만을 가지고도 자네가 정계에 들어올 가치는 있지. 처음 시작하는 자네에게 술수부터 가르치는 듯해서 안됐네만, 이 세계가 그런 걸 어떻게 하나.』
수년 전에 그에게 가져가서 정치적인 후원을 부탁했던 프로젝트는 국방부에 관련된 자동시스템이었다. 군사 무기를 비롯한 관리 시스템을 모두 자동화시키는 작업이었다. 이 일은 완수하는 데 약 5년이 소요되면서 약 4조원의 경비가 들어가는 일이었다. 전군에 컴퓨터를 보급하면서 모든 장비를 시스템화하는 데 있어 하드웨어 분야에 2조원이 투입되어야 하고, 기술 등의 소프트웨어 분야에 2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