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보기술(IT) 교류를 통한 통일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지난해 9월 각계각층의 기대와 관심속에 출범한 국내 유일의 남북교류 IT전문가모임인 통일IT포럼이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라마다르네상스호텔 3층 「이라도리」에서 새해 첫 조찬토론회를 가졌다.
새해인사와 최근 민간차원의 남북IT교류단을 이끌고 방북한 문광승 회원(하나비즈 사장)의 방북보고대회를 겸해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함께 방북했던 안준모 회원(건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등 25명의 회원이 참석했으며 중소기업의 북한 진출에 대해 높은 관심이 집중됐다. 편집자
◆토론요지
△안준모(건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우선 민간 IT전문가로만 구성된 이번 방북대표단의 성과는 남북교류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북기간 중 통일IT포럼의 활동과 연혁을 북한 당국자들에게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북한측은 처음에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점차 태도변화를 일으켜 결국 통일IT포럼과 평양정보쎈터(PIC)가 협력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는 남북 인적자원교류를 위한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향후 통일IT포럼과 PIC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상호방문 혹은 초청행사를 전개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통일IT포럼은 남북교류 역사상 최초의 북한과 교류하는 포럼 혹은 협의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서현진(전자신문 논설위원)=특히 PIC 최주식 총사장이 오는 3∼4월께 서울방문
에 잠정적으로 합의해 이 시기에 맞춰 통일IT포럼은 남북 IT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열 계획입니다. 북한측 인사들 역시 남한을 방문해 보겠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안준모=PIC의 각 연구실마다는 개별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대부분 인력이 박사급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교류가능한 학문과 마케팅 등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세미나를 비롯한 남북교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광승(하나비즈 사장)=3차원분야와 가상현실분야에서 북한이 개발한 제품은 매우 우수해 남북 교류 및 협력 가능성이 충분했습니다.
△장환빈(현대아산 이사)=저는 지난해 8월 김일성종합대학과 조선콤퓨터쎈터를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현대정보기술 및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들과 함께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회의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 논의한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이 급속한 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IT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습니다.
△임완근(엘사이버 사장)=지난해 9월부터 평양에서 광명성 총회사를 통해 3차원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북한인력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파악, 평양에서 대규모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북한의 인력이 제한된 점을 감안해 일시에 많은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교육을 시작으로 체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서재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북한에서는 올들어 공동사설에서도 지적했듯이 김정일이 주창하는 「신사고」라는 신선한 바람이 가득합니다. 신사고의 결론은 IT산업으로 귀결됩니다. 북한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사회주의국가와는 분명히 다른 개방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은 IT를 주력으로 한 경제개혁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장윤종(산업연구원 디지털경제실장)=IT분야 남북협력에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됩니다.
남북협력은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체제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통일IT포럼이 기여해야 합니다. 즉 통일IT포럼이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는 상설체제로 전환해 남북협력의 주춧돌이 돼야 합니다.
△이남용(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좋은 의견입니다. 남북교류 기반조성을 위해 공동표준안 마련 등 남북간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통일IT포럼이 맡아서 준비할 부분이 많습니다.
△김수명(부다텍 사장)=통일IT포럼은 향후 가일층 노력해 시대적 요구에 맞는 속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활동강화방안을 연구해야 합니다.
△강태헌(한국컴퓨터통신 사장)=방북하신 분들의 말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있어 지난해까지는 중국과 동남아가 화두였다면 올해는 북한이 화두가 된다고 봅니다. 그동안 우리기업들은 중국 등의 진출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습니다. 이익을 낸 기업들도 없지 않지만 많은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현지의 정보를 잘 몰랐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북한의 해」에 길라잡이로서 통일IT포럼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서현진=각종 학회와 단체가 통일IT포럼과 공동세미나 개최를 제안하는 등 각종 문의와 요청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정보처리학회의 경우 오는 7월 남북의 학자전문가들이 함께 참가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금강산 또는 중국의 단둥지역에서 열기로 하고 공동주최를 통일IT포럼에 요청해 왔습니다. 한국통신학회 역시 다음달안에 남북한 정보통신포럼을 개최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했습니다.
△최성모(한국전산원 연구위원)=통일IT포럼의 수석대표로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져옴을 느끼겠습니다. 물론 최근 남북간 화해조짐과 더불어 통일IT포럼에 거는 주위의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 방북단이 북한측의 통일IT포럼 참가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나눴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최근 통일IT포럼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번의 성과에서 보듯 통일IT포럼 회원들의 북한방문이 위상제고에 한몫을 했습니다.
<정리=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