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관시(關係)를 아느냐.」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인터넷 개방정책에 따라 기간망 속도는 20배 이상 빨라졌고 대역폭은 120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의 네티즌 수가 약 2250만명으로 한국의 숫자를 넘어서면서 인터 넷업무도 급속히 발전함과 동시에 시스템 침입과 같은 네트워크상의 보안문제를 초래하면서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국가에서는 언론통제와 사전검열과 맞물려 이슈가 돼가면서 큰 시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목전에 다가온 현실을 감안하면 국산 보안 솔루션업체나 서비스업체들의 중국 진출 러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쟁체제이며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간 조례가 상이하고 투명성이 부족하다. 지방에 따라 같은 조항이 다르게 해석되는 것은 보통이고 중국 파트너나 관공서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편이다. 또한 개인적인 신뢰와 의리를 중요시하는 「관시」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시장은 한 국가의 개념이 아니라 31개 국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 사업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중국사업은 관시, 즉 인간관계에 의존한다고들 한다. 특히 법률의 투명성이 없는 이 시점에는 맞는 말이겠지만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작업 단계에서는 이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정보기술(IT) 정책·시장동향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자사의 역량과 경쟁기업의 역량을 철저히 분석한 다음 선점을 통한 철저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는 것만이 세계화돼가고 있는 중국 인터넷 시장에서 선두의 위치를 차지하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중국 시장이 한국 기업만을 위해 준비된 시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우선 파트너의 기술력, 자금력, 사회적·정치적 위치, 인력·관시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한 조사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무조건 합작법인부터 설립해놓고 보자는 식보다는 합작법인 설립 전에 기술판매, 제품판매, 현지사무소 운영 등을 통해 노하우를 습득하고 최소한 2년간 자금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시작해도 충분하다. 법인을 설립할 때는 컨설팅 회사 등 전문가를 통해 철저히 준비해야 금전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법인 설립 후에는 여러 종류의 「관시의 묘」를 찾아야 된다.
중국은 첨단기술에 대한 욕구가 강한 나라기 때문에 단위기술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T 벤처기업이 난립해 있는 중국은 단위기술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반증해준다. 중국 시장은 벤처 특유의 「하이 리스크(High-risk) 하이 리턴(High-return)」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사례:인젠
「굵고 긴 호흡으로, 동반자적 인식을 심어줘야 만리장성 진입에 성공할 수 있다.」
정보보호 솔루션 전문업체인 인젠(대표 임병동 http://www.inzen.com)이 제시하는 중국시장 진출의 선결 자세다. 중국은 업종을 막론하고 전세계 기업들이 넘보는 황금시장. 수십년간 내재된 사회주의 통제경제의 속성을 쉽사리 극복하기 힘든데다, 관의 입김이 여전히 거세고 국가사업단위의 기본이 「성」 위주로 진행되는 등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정보보호 분야는 군사대국인 중국 입장에서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어 수출을 노리는 국내 업계로는 더욱 녹록지 않은 게 사실.
인젠은 이미 지난해 8월 중국 다롄시와 인터넷 보안제품 개발·생산을 위한 현지법인을 설립, 착실히 사전작업을 진행해왔다. 다롄시와는 특히 보안연구소를 공동 설립하는 등 성 단위에 밀착해 신뢰기반을 구축한 사례로 평가된다. 인젠이 이미 선계약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만 5억여원. 올해는 소프트웨어 공급만으로 중국시장에서 100만달러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가 제시하는 중국시장 진출전략은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우선 초기 시장진입단계에서는 무리한 독자행동을 삼가고, 현지시장에 정통한 파트너와 합작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하기보다 현지 파트너 및 정부정책기관과의 우호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터뷰 인젠 임병동 사장
-중국이라는 곳은 공략하기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다는 평가다.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비결은.
▲초기단계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무리한 독자 진출보다는 현지 시장에 정통한 파트너와의 합작을 통한 윈윈의 동반 성장을 추구했던 점과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현지 시장 참여자와 정부 정책기관과의 우호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을 염두에 둔 전략적 접근 노력이 효과를 나타냈다.
-올해 중국 시장에서 예상되는 매출액은.
▲이미 현지 선예약으로 5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정지작업을 기반으로 삼아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꾀해 SW 공급만으로 중국 시장에서 1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상식이 있다면.
▲우리의 상식과 중국의 상식은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법이나 계약 등의 장치가 형성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아니다. 법해석이 각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법이나 계약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그리고 아무리 중국이 자유개방을 부르짖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주의국가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