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금 삭감 안될땐 동기 사업신청 포기

동기식 IMT2000 사업계획서 제출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유일한 후보주자인 한국IMT2000이 『정부가 출연금을 삭감해주지 않는다면 사업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동기 그랜드컨소시엄을 추진중인 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은 21일 『1조1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납부하고서는 도저히 사업성이 없다』며 『삭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이 참여업체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동기 컨소시엄은 이미 정부에 출연금을 줄여달라고 건의한 상태지만 삭감되지 않으면 사업신청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3개의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를 축으로 한 통신시장 구조조정 유도 방침을 밝힌 바 있고 동기식 IMT2000사업자 선정을 신호탄으로 이같은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여 정부로서도 금명간 출연금 문제에 대한 결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 사장 발언의 진의=일단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비동기사업자들(한국통신·SK텔레콤)이 당장 2.5세대 서비스에 돌입했고 HDR 계획까지 추진하는 판에 후발주자가 엄청난 규모의 출연금을 똑같이 내고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며 『제3위 사업자의 시장진입이라는 「생존차원」에서 출연금은 반드시 삭감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여건이라면 망할 것이 뻔한 사업이고 신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컨소시엄 참여기업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정부로서도 여러가지 정책적 대안을 고려해야 하고 상당한 부담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동기 컨소시엄의 건의 내용 그대로 꼭 2000억원대의 출연금만을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 사장은 『적어도 PCS사업자들이 납부한 규모, 예컨대 일시출연금 및 지난 수년간 납부한 매출액 대비 일정액을 모두 합산하고 약간의 플러스 알파를 더한 수준이 적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퀄컴이 중심이 돼 동기 컨소시엄에 참여하겠다는 외국기업이 줄을 잇고 있지만 이들도 모두 현 출연금 규모가 너무 과다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해 『해외 투자유치를 위해서라도 출연금은 삭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선택=출연금 문제는 동기사업권뿐 아니라 동기사업자를 매개로 한 제3의 종합통신사업자 육성을 겨냥하고 있는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어떤 형식으로든 동기사업자를 등장시키고 이를 통해 LG·포철 등이 가세하며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정립하는 사업구도를 희망하고 있다. 출연금 문제는 그 첫 단추가 된 셈이지만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별로 없다.

그러나 고위 정책진은 최근 사견임을 전제로 『동기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면 출연금을 줄여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과거의 완강했던 태도에서 한 발 물러나고 있다.

특히 정통부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통신시장 3강체제 유도가 주요 이슈였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동기식 사업에 인센티브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LG의 참여 가능성=출연금이 대폭 삭감되거나 납부조건이 크게 완화된다면 LG의 동기사업 참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LG가 설령 통신사업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사업참여 여부는 기업매각 가격에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 경우 새로운 종합사업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포철의 통신시장 진입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실제로 신 사장은 『LG의 참여가 사업성패의 열쇠』라고 강조하고 『LG가 들어온다면 컨소시엄 책임자는 물론 운영까지 LG의 의사를 전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