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반도체 아일랜드」 등 대만을 일컫는 수식어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대만은 80년대 이후 정부의 주도로 본격화된 하이테크 산업 육성책으로 PC·모니터·마더보드·CD롬 드라이브·반도체 파운드리 등 IT산업 전반에 걸쳐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
미국·일본에 이은 세계 3위의 정보기기 산업과 세계 1위의 반도체 파운드리산업, 그리고 최근에는 통신 분야까지 대만의 IT제조업은 세계적인 경기 위축과 자국의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을 뛰어넘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를 주도하는 대만 IT제조업의 현황과 각 기업들의 동향에 대해 알아본다.
<정보기기산업>
△현황
대만의 정보기기산업은 올해 그 규모가 전년대비 15% 정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MIC:자신공업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만 정보기기 생산 총액은 540억34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4.9% 신장할 전망이다.
대만은 지난 몇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98년의 경우 97년 대비 11.9% 증가한 37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고 99년은 398억8100만달러로 전년대비 18.1%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이보다도 15% 늘어난 457억35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대만의 정보기기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제품(생산액 기준)은 그래픽 카드·CD롬 드라이브·모니터·노트북 PC·케이스·교환식 전원공급기·스캐너·마더보드·데스크톱 PC·키보드 등이다.
지난해 그래픽카드의 생산량은 전년대비 44.3%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 CD롬 드라이브 25.4%, 모니터 24%, 노트북 PC 21.2%, 케이스 18.4%, 교환식 전원공급기 16.4%, 스캐너 13.1%, 마더보드 12.6%, 데스크톱 PC 11.2%, 키보드 2.8% 등의 신장률을 보였다. 이에 반해 마우스·사운드카드·비디오카드 등은 각각 9%, 41.4%, 17%씩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별
「노트북·데스크톱 PC」:올해 노트북 PC 생산은 대수 기준으로 전년대비 23% 증가(약 1563만대)해 정보기기 가운데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노트북 PC의 평균가격이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가격하락과 전년의 재고로 994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임에 따라 금액 기준의 생산 신장률은 14.8%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만의 노트북 PC 생산은 세계 전체의 52.5%를 기록했다.
대만의 PC산업은 지난 몇년 동안 PC의 저가격화의 영향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해 데스크톱 및 노트북 PC 양방의 생산량과 생산액이 두자릿 수의 고성장을 보였다.
특히 노트북 PC의 경우에는 IBM·컴팩 등 세계적인 대형업체로부터의 발주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시에 세계 2위 업체인 도시바가 최초로 대만에 OEM 방식을 개시함으로써 일본을 누르고 세계 점유율 1위로 뛰어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해외생산체제의 확대와 IT를 사용한 ERP 생산관리시스템의 정비로 가격과 경쟁력 면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MIC는 2001년 이후 PC 생산동향에 대해서는 『이미 노트북 PC 등의 생산이 절정에 달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는 신장률이 한 자릿수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타 정보기기 제품」:지난해 세계 전체 생산의 70% 정도를 차지한 주기판·스캐너·UPS 등도 대수 기준으로 1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과점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밖에 모니터 등에서도 올해 세계 전체 생산의 4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스캐너는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98년 생산액에서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지만 세계 PC 시장의 성장 및 잇따른 대형업체들의 생산 중지를 배경으로 99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됐으며 올해에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의 경우 CDT 가격의 상승과 일본업체들의 발주량 급증으로 모니터의 생산액 성장도 24.5%를 웃돌고 있다. 특히 LCD 모니터의 성장이 주목되고 있다. 또 이미 PC 표준장착품인 CD롬은 일본업체들의 생산 중지 및 PC의 저가화가 진전돼 독주가 예상되는 분야다.
<반도체 산업>
△현황 및 향후 계획
대만은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의 최강국이다. 또한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기술 수준은 세계 2위를 자랑한다. 그 힘의 원천은 이 나라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남쪽으로 70㎞ 떨어진 신주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 가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배가 넘는 183만평의 테크노파크인 신주 화학공업원이 있다. 이 나라 국민들은 이곳을 대만을 21세기 실리콘 아일랜드로 키우는 중심지라 부른다.
과학공업원에는 TSMC·UMC·윈본드 등 세계적 반도체업체들의 본사와 공장이 잇따라 세워져 있다. 99년 이곳에 입주한 반도체업체의 매출액은 113억달러, 대만의 전체 반도체 매출액(140억달러)의 80%가 여기서 나왔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83억달러로 우리나라 반도체의 총 매출액인 270억달러의 64% 수준을 보였다. D램 분야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면 97년 7.94%, 98년 11.8%, 99년 15.7%로 늘어나고 있으며 올해는 20%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표1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독과점 상태를 보이고 있다. 최대 업체인 TSMC와 UMC가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양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파운드리업체에서 생산업체로의 변신을 위한 설비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TSMC가 47억달러를 투자해 인텔에 이어 세계 2위, UMC는 29억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에 따르면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00억달러의 신규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도 주요 10개 업체들이 오는 2003년까지 새로 짓겠다는 제조 및 조립공장이 16개나 된다.
대만의 반도체산업의 특징은 반도체가 쓰이는 모니터·스캐너 등 주변 첨단 산업이 발달해 내수시장의 규모가 크고 내수용 반도체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만산 반도체의 62.3%가 국내 산업용으로 쓰였고 국내에서 필요한 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의 90% 이상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올해 대만 반도체업계는 전세계적인 주가의 폭락과 PC산업의 둔화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산라인과 차세대 제조공정기술의 확립이 관건이라는 판단 아래 300㎜ 웨이퍼 공장의 건설과 라인 확충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0.13㎛의 미세공정기술을 갖춰 세계 반도체업계를 선도할 계획이다.
△업체별 매출액
TSMC의 매출액은 98년 15억달러에서 99년에는 20억달러를 크게 상회했고 지난해는 이보다 2배 이상 신장된 53억달러를 달성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매출 목표치를 70억달러로 상정하고 있다. UMC는 99년 18억달러에서 지난해 34억달러로 두배 가까운 성장을 거뒀다. 이 두 회사의 매출을 합하면 70억달러가 넘는 데 이는 윈본드·마크로닉스·파워칩·모셀비텔릭·난야테크놀로지 등 5개사의 전체 매출보다 많은 수치다.
△업체별 2000년 성과와 올해 이후 사업 계획
「TSMC」:지난해 300㎜ 웨이퍼를 사용한 생산을 본격 개시했으며 6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출 달성과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단행해 명실상부한 대만 반도체업계의 확고한 기술 리더 자리를 확립했다. 또 대만 TASMC와 대만 WSMC와의 합병을 완료한 것도 성과의 하나로 들 수 있다.
올해에는 0.13㎛ 기술의 확립과 300㎜ 웨이퍼 기술을 사용한 본격적인 생산체제 가동, 연구·개발에 관한 업계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발휘한다는 방침이다.
「UMC」:지난해 최대 성과로서 0.15㎛ 이후 기술의 우위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5개의 회사를 1개로 통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얻어낸 것도 성과 중 하나다. 올해에는 300㎜ 웨이퍼 생산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과 0.13㎛ 기술을 이용한 양산체제의 확립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윈본드」:이 회사는 지난해 0.175㎛의 도입과 D램 이외의 사업을 적극 전개해 실적이 대폭 호전됐다. 올해에도 D램 이외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0.13㎛ 기술의 시험라인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통신산업>
△현황
전신 서비스의 자유화와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대만의 통신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99년 대만의 통신산업은 98년 대비 30%의 성장을 보였고 지난해에도 무선통신분야의 확대 등으로 총 생산 규모 1621억대만달러, 성장률 40%대를 이룩했다.
특히 무선통신기기는 연간 192%의 고성장을 거듭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00년 대만의 휴대폰 단말기 생산량은 하반기 세계 시장의 약세 전환으로 당초 목표에는 다소 못미쳤으나 99년(220만대)에 비해선 약 5배나 증가한 1000만대를 기록, 비약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또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생산계획을 종합하면 올해 대만의 휴대폰 단말기 생산규모는 17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동향
최대업체인 명기전통(明碁電通:에이서)은 지난해 생산이 연초 계획보다 다소 떨어진 455만대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3배 정도 늘어난 13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부품 부족, 하반기에는 유럽시장의 수요 둔화 등으로 당초 목표 600만대에 크게 못미치는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2위인 대패전자(大覇電子:DBTel)는 지난해 당초 800만대를 연간 생산목표로 정했으나 위탁생산업체인 모토로라의 빈번한 발주 변경으로 450만대 생산에 그쳤다.
이 회사는 올해는 75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며 특히 이달부터는 독자 브랜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에릭슨의 휴대폰 단말기를 OEM 방식으로 생산하게 돼 있는 치복(致福:GVC)은 지난해 80만대를 생산했다. 올 생산목표는 시장동향을 분석한 후 결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이들 상위 3사에 도전하는 광달전뇌(廣達電腦)는 지난해 생산대수가 8만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00만대로 생산목표를 크게 올렸다. 또 지난해 약 4만대를 생산한 인보전뇌(仁寶電腦)도 올해 400만대를 생산할 방침이다.
△정부 지원정책
기존 대만의 통신사업은 교통부(통신·운송 담당) 산하의 전신총국 한 곳에서 독점적인 운영됐지만 96년 최초의 「통신 3법」이 제정돼 민간에게도 전면 개방됐다. 우선 97년 휴대폰 단말기 서비스가 민간에게 개방됐고 지난해 3월에는 민간기업 3사가 고정통신서비스사업의 라이선스를 따내 본격적인 사업을 개시했다. 민간 3사는 시내전화·장거리전화·국제전화·데이터통신 등의 서비스를 개시해 통신의 전면적인 자유화 시대를 열었다.
이들 3사는 향후 6년간 총 3000억대만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밝히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통신기기시장의 규모는 5200억대만달러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