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살아있다>(2)반도체문화가 피어난다

똘똘 뭉쳐 한눈 팔지 않고 내달려 어느새 정상에 오른 국내 반도체업체 사람들. 그러나 IMF 이후 평생 직장의 이상이 깨지면서 한때 동요가 있었다.

또 일부 젊은 공학도들에게 반도체업종은 몸만 피곤한 3D업종처럼 여겨져 반도체업체 인사 담당자들은 인재를 구하느라 먼 이국땅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지난해부터 사내 임직원을 상대로 「GWP」운동을 펼치고 있다. GWP는 「Great Work Place」의 준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터를 만들자」는 것이다.

경쟁력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며 이는 좋은 일터를 조성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게 이 캠페인의 취지다.

삼성전자는 상하간에는 신뢰감을, 스스로는 자부심을, 직장 동료간에는 재미를 북돋는 각종 프로그램을 수시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인사팀장을 맡고 있는 장형옥 이사는 『신뢰감, 자부심, 재미 등 세가지 요소가 적절히 가미되지 않으면 좋은 일터를 만들 수 없다』면서 『되도록 회사의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캠페인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현대전자 반도체부문은 지난해 여름 며칠에 걸쳐 「BttB(Better than the Best)」축전을 가졌다.

「BttB」는 최고 이상이 되자는 뜻으로 반도체 통합 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행사다.

선남선녀 맞선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BttB 목표 선언식, 칭찬 릴레이, DDR 경연대회, 팔씨름 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다.

현대전자가 이 행사를 개최한 것은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단순히 물리적으로 통합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존 기업문화를 아예 잊고 창의성과 도전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반도체기업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행사다.

현대전자의 관계자는 『이 행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개최해 새로운 기업 문화를 정착시켜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체는 다른 업종에 비해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이질적인 편이며 개인주의적으로 흐르기 쉽다. 더욱이 전혀 다른 회사가 합쳐놓았으나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이러한 이질성과 개인주의를 어떻게 극복해 초일류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는 지렛대로 삼을지 주목된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