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에서 배운다>7회- 로터스: 이노베이션

기업경영에서 「이노베이션, 혁신」은 필수다.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만이 치열한 경쟁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장 원초적인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말만큼 쉽지는 않다. 이노베이션은 경영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과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로터스의 「이노베이션」은 남다른 의의가 있다.

로터스가 거쳐온 역사에는 이노베이션의 숨결이 묻어 있다. 변신이라고 하면 너무 포괄적일지도 모르지만 특히 로터스는 제품혁신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특히 로터스가 추구하는 이노베이션은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솔루션을 발표하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로터스의 이노베이션은 89년 로터스가 「노츠」라는 그룹웨어 솔루션을 개발함과 동시에 시작했다.

지금이야 로터스라고 하면 바로 노츠가 연상될 정도로 친숙한 개념이 됐지만 시간상으로 볼 때는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로터스=로터스 1-2-3」라는 등식이 성립할 만큼 로터스의 간판격 제품은 로터스 1-2-3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셀이 스프레드시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1983년 로터스가 컴덱스에서 제품을 발표할 당시만 하더라도 로터스 1-2-3는 컴퓨팅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PC는 나왔지만 정작 애플리케이션이 없던 시기에 「컴퓨터는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을 불러온 데다, 결국에는 PC 돌풍까지 몰고 왔으니 로터스 1-2-3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여기서 로터스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일명 엔터프라이즈 제품군 개발이다.

로터스의 기본 생각은 컴퓨팅 환경이 네트워크 기반으로 바뀌면 단일 PC만으로는 설 땅이 없다는 것. PC 한 대에서 작업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대부분의 기업이 개개인의 작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서로의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팀별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표한 제품이 로터스 노츠다. 로터스 노츠를 사용하면 그 동안 문서로 이루어지던 정보교환을 전자적으로 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로터스 노츠는 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같은 변신은 로터스를 비롯한 동종 업계에도 충격적이었다. 로터스의 변신은 단순히 제품개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더 이상 로터스를 PC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라고 칭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로터스는 PC용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95년도에 있은 IBM 인수도 로터스가 취한 이노베이션의 한 모습이다. IBM이라는 거대 공룡회사에 현금 35억달러에 인수되면서 지금까지 공들여 쌓아온 명예에 금이 갔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로터스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IBM 솔루션을 강력한 플랫폼으로 얻게 되면서 완벽한 의미의 「팀 컴퓨팅」을 실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IBM과의 통합에 힘을 얻어 또 한번의 변신에 나서고 있다. 로터스는 협업솔루션 전문회사에서 지식관리 전문기업으로 재도약한다는 전략아래 지난해부터 검색엔진과 지식포털솔루션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 검색엔진과 지식포털솔루션은 개발 당시부터 IBM과 로터스의 개발인력이 함께 투입,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로터스가 시기적절하게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진의 의지와 탄탄한 기술력, 「사람」을 생각하는 이념에서 기인한다.

로터스의 역사는 CEO를 기준으로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1기는 창립자인 미치 카포 시기. 미치 카포 사장은 로터스 1-2-3를 개발한 주역으로 PC시장을 주도했다. 짐 만지 사장이 역임한 2기는 로터스 1-2-3에서 노츠로 방향을 선회한 시기다. 전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신기술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연구한 결과, 짐 만지 사장이 용의주도하게 전략을 수립한 것이 유효했던 셈이다. 페포 사장은 IBM 인수 및 인수 이후의 제품 로드맵 제시라는 점에서 현재의 로터스를 낳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술력이나 제품 개발공정도 선진 수준이다. 로터스 1-2-3의 인기는 물론이고, 그룹웨어 포화론이 제기되던 1998년까지만 하더라도 노츠가 설치된 클라이언트 숫자가 2000만시트에 달했을 정도로 노츠의 인기도 하늘을 찔렀다. 이 모두가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엔터프라이즈용 소프트웨어는 개인용 소프트웨어와 달리 시스템 안정성이나 속도, 성능을 구현하기가 어렵고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을 감안할 때 개인용에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안착한 로터스의 저력은 주위를 놀라게 한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미치 카포 시기=짐 만지 시기=제프 페포 시기

1982.4 로터스 설립=80년대 후반. 운영 플랫폼 확대, 전세계 지원정책 고심=1995. IBM에 35억달러로 인수

1983.1 로터스 1-2-3 발표. 선풍적인 인기 모음=1986. AIDS 관련 협회 지원프로그램 발표=1998. 노츠 클라이언트 사용자가 2000만시트에 달함

1984.11 매킨토시용 「재즈」 발표=1989. 로터스 노츠 발표=

1986.4 미치 카포 이사회 회장으로 사임하고 짐 만지가 CEO로 취임=1990. 직원 자녀에 대한 보호센터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