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인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기억하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있는 중국은 이미 예전의 못사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20세기 말부터 대표적인 문명의 이기로 등장한 휴대폰과 인터넷 가입자 등 몇가지 통계만 봐도 지금의 중국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 95년 33만명에 불과하던 중국의 휴대폰 가입자수는 97년 1300만명을 기록한 여세를 몰아 지난해 7000만명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벌써 미국에 이어 2위다. 오는 2003년 예상 휴대폰 가입자수는 무려 3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인터넷인구도 97년까지 62만명에 불과했으나 99년 890만여명에 이어 지난해 말 2200만명을 기록해 벌써 우리나라를 추월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인터넷국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IDC와 양키그룹 등 시장조사회사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표2 참조
특히 양키그룹의 경우 「중국의 인터넷인구가 올해 말 약 4000만명을 기록해 아태지역 최대 인터넷국가로 올라서는 데 이어 늦어도 2005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터넷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그 시점까지 못박고 있다.
이 시장을 염두에 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최근 「돈다발」을 싸들고 중국으로 몰려들면서 중국의 제조업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지난해 에릭슨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만도 18억달러에 이른다. IBM과 중국 창청(長城)컴퓨터가 지난해 8월 2500만달러 규모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베이징에 위치한 이 회사는 이동통신기기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을 생산해 통신업체 노키아에 공급할 계획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의 하청공장이었던 중국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첨단 IT 전진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광둥성에 있는 동관에 전등이 꺼지면 전세계 컴퓨터산업이 마비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세계 각국에서 투자한 2800여개의 IT 부품업체들이 전세계에서 소요되는 하드디스크 헤드를 절반 가까이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컴퓨터 케이스 등 각종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대표 전자 및 IT기업들의 활약상은 더욱 돋보인다. 이들 가운데 창흥(長虹)TV는 중국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회사는 현재 소니, 마쓰시타, 필립스에 이어 세계 4위의 TV 생산규모를 자랑하며 중국의 6가구 중에 한 가구가 창흥TV를 갖고 있을 정도다.
창흥TV의 99년 매출액은 119억3000만위안(약 1조9000억원)으로 10년 만에 10배로 늘어났다. 이 회사는 지난 86년 일본 마쓰시타로부터 컬러TV 기술을 이전받은 후 지금까지 무려 4500만대의 컬러TV를 생산했다.
또 레전드(Legend)라는 상표로 더 유명한 렌샹(聯想)도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회사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렌샹은 지난 84년 중국과학원 컴퓨터연구소의 몇몇 직원들이 창업한 이른바 벤처형 국유 기업이다. 이 회사는 89년 중국에서 최초로 286컴퓨터를 독자 개발해 높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 PC시장은 AST를 비롯해 컴팩, IBM, 델, 에이서 등 외국 회사들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렌샹의 급부상으로 이들 외국 브랜드는 일찌감치 그 자리를 내주게 됐다.
렌샹컴퓨터는 97년에 이미 중국 컴퓨터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로 부상했으며 99년 매출액은 203억위안(약 3조400억원)에 달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은 최근 해외시장 개척에도 열심이다. 하이얼의 200L 이하 냉장고들은 미국 시장점유율이 이미 20%선을 넘어섰다. 또 유럽 에어컨 시장에서도 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해 있다.
중국 전자·정보기술(IT)산업의 최근 발전상황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작년 1∼9월 중국의 전자·IT제조업 전체 매출액이 4867억위안(약 72조9900억원)을 기록, 최초로 전력공업을 추월하며 중국 40대 주요 업종 중 매출액 1위에 올랐다. 특히 전화교환기, IC회로, 전자부품, 반도체부품, 광통신설비, 프린터, 모니터, 컴퓨터, 휴대폰의 매출액이 급성장세를 보였으며 그 증가율은 최저 32.5%에서 최고 126.6%를 각각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전자·IT산업을 주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중장기 계획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자·IT산업이 국민경제 성장속도의 3배속으로 발전해 2005년 관련산업 생산이 GDP의 5%를 차지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자체개발 및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이동통신시장의 급신장과 함께 다국적 통신업체뿐만 아니라 중국 국내 업체들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거룽(巨龍), 다당(大唐), 중싱(中興), 화웨이(華爲), 서우신(首信), 둥신(東信), 바오톈(普天) 등은 최근 CDMA 기술개발을 강화하고 향후 외국기업과의 경쟁에 대비해 기술 및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0년 상반기 중국 컴퓨터 하드웨어 판매액은 717억위안(약 10조75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2% 증가했다. 또 소프트웨어 판매액은 전년 동기대비 30.4% 늘어난 91억위안, 정보서비스업 생산액은 142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31.5% 증가했다.
최근 중국 컴퓨터 시장의 특징으로는 토종 업체들이 외국 업체들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렌샹, 방정(方正), 창청 등이 생산력과 기술력을 겸비하고 있으며 이들 컴퓨터3사의 지난 99년 PC판매는 총 397만대로 전체 시장(491만대) 점유율이 74.8%에 달한다.
물론 미국의 IBM, HP, 컴팩, 델컴퓨터와 대만의 에이서 등 세계적인 PC업체들이 상당수 중국에 진출해 있지만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현지 업체들에 밀려 점차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노트북PC의 시장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이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도 늘어나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브랜드는 30여개가 난립해 있다.
전체적으로 중국의 컴퓨터 제조기술은 중저가 제품을 단순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비록 일부 유명 브랜드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 시장개척에 성공했을 뿐 국제시장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의 3대 희망 구매품목 중의 하나로 자리잡은 컴퓨터는 앞으로 일반 가정을 목표로 한 저렴한 가격대의 가정용 PC의 경우 시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도 최근 잇따라 4000∼6000위안대의 PC를 출시하고 있다.
중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80년대 중반부터 발전하기 시작, 연간 매출액 130억위안을 넘는 주요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98년 중국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장 매출액은 총 138억위안(약 2조700억원)으로 97년 매출액(112억위안) 대비 23.2% 고성장을 이룩했다.
현재 중국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 판매, 서비스 관련 기업이 2000여개사며, 이 중에서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업체는 1000여개사, 또 외국인 투자기업도 10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정부도 최근 소프트웨어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베이징에 소재한 중관춘(中關村)을 중국 특색의 고급 과학기술 발전지역으로 건설, 중국 최신 하이테크 산업의 메카로 조성하는 작업을 착착 실행에 옮기고 있다.
앞으로 중관춘 과학기술지구의 용지를 중심구, 발전구, 보조구 등 3개 구역으로 확대개편하고 하이테크 산업우대, 장외거래 활성화, 해외자본 및 기술도입 확대 등의 정책도 펴나갈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와 정보서비스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앞으로 10년안에 세계적인 과학기술지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아직 수입의존도가 높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관련기업들의 R&D 비용이 적고 고급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응용한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주로 외국의 유명 소프트웨어를 중국어로 고쳐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 일부 중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도 주로 해외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와 합작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