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엠피맨닷컴 문광수사장, KPAC 김천국회장
◆MP3플레이어 특허문제를 둘러싸고 국내 업체들간에 한바탕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 MP3플레이어 전문업체들의 모임인 KPAC이 최근 대책회의를 갖고 엠피맨닷컴이 등록한 특허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고 법적절차를 밟아 특허등록 무효화를 추진키로 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본지 24일자 1면 참조.
하지만 이같은 국내 업체들간의 분쟁이 구체화될 경우 MP3플레이어 종주국이라는 한국의 위상에 치명적인 흠집을 낼 수 있어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양측 모두 기본적으로는 국내 MP3플레이어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예상 외로 문제가 쉽게 풀릴 가능성도 크다. KPAC 김천국 회장과 엠피맨닷컴 문광수 사장을 만나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KPAC 김천국 회장
-엠피맨닷컴이 등록한 특허에 대한 KPAC의 입장은.
▲엠피맨닷컴이 등록한 특허는 청구범위가 너무 포괄적인데다 특허 내용도 제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에 불과해 특허로 인정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특허담당 변리사를 선임해 충분한 준비작업을 갖고 특허청 공고가 나오는 대로 이의를 신청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엠피맨닷컴이 특허권을 행사할 경우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엠피맨닷컴은 공급가의 3%를 기술료로 부가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제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이는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얻는 수익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국내 업체들에게는 더이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의 대외적인 신인도 또한 떨어질 게 분명하다. 실제 일부 업체에서는 이제 엠피맨닷컴 밖에는 MP3플레이어를 생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엠피맨닷컴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일본·중국 등 해외 각국에도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다. 엠피맨닷컴이 해외 특허도 획득할 경우의 대처방안은.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정부가 자국업체 보호를 위해서는 절대로 특허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엠피맨닷컴이 소닉블루사와 협력해 미국 등지에서 특허를 획득할 경우 상황이 좀더 복잡하게 전개될 것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온 이후에 대응방안을 찾아볼 생각이다.
-이의신청이나 무효소송 등 구체적인 실력행사에 앞서 엠피맨닷컴과의 사전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타협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 특허가 완전히 굳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타협할 여지가 없다. 또 엠피맨닷컴측에서도 아무런 요구를 해오지 않고 있는 마당에 KPAC에서 먼저 타협하자고 접근하기도 어렵다. 일단은 특허청이 공고를 내면 이의신청을 내고 그래도 안되면 특허무효소송을 청구하는 등 특허로 굳어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타협은 이같은 과정을 거친 이후에 천천히 추진해도 늦지 않다. 이번 특허건에 대해서는 KPAC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이의를 신청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 2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엠피맨닷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직 엠피맨닷컴에서 요구해온 사항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엠피맨닷컴이 특허등록건에 대해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은 추가펀딩 및 후발업체 견제용으로 활용키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엠피맨닷컴이 정말로 국내 MP3플레이어 산업을 보호·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향후 특허권을 인정받더라도 국내 업체와는 특허권을 공유하고 외국업체에 대해서만 기술료를 받는 등 특허권을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엠피맨닷컴 문광수 사장
-최근에 획득한 MP3플레이어와 관련 특허 내용과 권리범위는.
▲특허 내용은 「MPEG방식을 이용한 휴대형 음향 재생장치 및 방법」에 대한 것이다. 특허청에 알아본 바 이는 3, 4가지의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 발명특허로 MP3플레이어 및 MP3CD플레이어·휴대폰 형태의 MP3플레이어·MP3게임기·MP3토이 등 MP3파일을 재생하는 휴대형 디지털오디오 기기 및 복합기기와 응용기기 등에 모두 적용되는 기술이다. 따라서 이들 제품에 대해서는 생산업체에 생산중단을 요청할 수 있고 판매업체에 대해서도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
-특허권 행사계획은.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는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을 마련한 것이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내 MP3플레이어 산업을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우선 생산능력도 없으면서 바이어들에게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업체에는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보내 자제하도록 하는 등 견제용으로 적용하고 외산제품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철저히 적용해 국내 유입을 억제하도록 할 생각이다.
-기술료가 너무 비싸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공급가의 3%를 기술료로 부과하겠다는 것은 실제로 받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기술료 수익이 얼마나 될지를 계산하기 위한 예상치에 불과하다. 아직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얼마의 기술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한 바가 없다. 기술료 문제는 국내 산업발전을 위해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에게는 형식적인 수준의 기술료를 받는 것에서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특허권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소닉블루사와의 관계는.
▲소닉블루사는 당초 엠피맨닷컴과 공동명의로 특허를 출원한 디지털캐스트사가 가지고 있던 권리를 인수한 업체로 현재 특허권의 50%를 갖고 있다. 이 회사와는 긴밀한 협조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공동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소닉블루사의 부사장이 방문, 이같은 기본적인 내용, 국내와 중국특허는 엠피맨닷컴이 전담하고 미국특허와 유럽특허는 소닉블루사가 맡아 획득한다는 내용에 합의하고 돌아갔다. 내달 중 소닉블루사를 방문, 미국특허 획득을 위한 방안을 공동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최근 KPAC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엠피맨닷컴이 등록한 특허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엠피맨닷컴의 이번 특허획득은 한국이 MP3플레이어 종주국임을 온 세상에 재차 인식시켜준 쾌거다. 이를 두고 국내 업체들이 헐뜯는다면 이는 국제적인 망신이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엠피맨닷컴의 계획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허권 행사에 앞서 삼성전자나 LG전자 및 KPAC 등 모든 국내 업체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