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 한일 경쟁 2라운드 돌입

한국과 일본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차세대 휴대기기용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실리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와 유기EL 시장을 놓고 상용화 경쟁에 돌입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일 디스플레이업체들은 그동안 이들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으나 최근 공정기술을 안정화한 데다 최근 개인휴대단말기(PDA), 휴대폰, 캠코더 뷰파인더 등 휴대기기용으로 수요가 본격적으로 형성되자 양산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따라 기술경쟁에 치우쳤던 두 나라의 차세대 TFT LCD 및 유기EL 시장경쟁은 본격적인 물량경쟁으로 바뀌어 전면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폴리실리콘 TFT LCD=도시바와 마쓰시타는 최근 저온 폴리실리콘 방식의 휴대단말기 및 노트PC용 TFT LCD를 생산하는 양산라인(기판규격 730×920㎜)을 싱가포르에 세우는 합작사를 설립, 내년 하반기에 본격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번 합작은 한국업체의 등쌀에 밀려난 대형 시장 대신 중소형 시장에 집중하고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작은 휴대 단말기용으로 사업을 전환하려는 후지쯔, 히타치, NEC 등 다른 업체의 양산 투자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디지털카메라 등에 탑재하는 고체촬상소자(CCD)와 프로젝터용으로 고온폴리실리콘을 적용한 TFT LCD 양산라인을 올해말까지 완공,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기존 1세대 아모퍼스 TFT LCD 생산라인을 저온폴리 전용라인으로 전환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는 이르면 올 하반기중으로 본격 양산에 들어가 일본업체에 앞서 시장을 선점키로 했다.

일진소재산업도 경기도 평택에 1500억원을 투자, 고온폴리 TFT LCD 생산공장을 건설중인 데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은 일본업체에 비해 뒤진 마케팅력을 만회하기 위해 휴대폰, PDA 등 구미 시스템업체와의 활발한 접촉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온폴리실리콘 TFT LCD는 유리기판에 드라이버IC를 직접 부착해 기존의 아모퍼스TFT LCD에 비해 휴대기기용으로 적합하다. 기판으로 석영을 쓰는 고온폴리는 유리를 쓰는 저온폴리에 비해 제조원가가 많이 드는 반면 성능은 우수하다.

◇유기EL=차세대 휴대폰용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유기EL에 대해서도 한국과 일본 업체간 상용화 경쟁이 뜨겁다.

일본의 도호쿠파이어니어와 샤프, 반도체에너지연구소 등 3사는 지난주 유기EL 양산을 위한 합작사인 「엘디스」를 설립키로 전격 합의했다. 합작사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초기 생산규모는 2인치 패널 환산으로 월 50만장이다.

또 산요전기는 미국 이스트먼코닥과 공동개발중인 1.3∼5.5인치짜리 휴대폰 및 PDA용 풀컬러 유기EL을 내년초에 양산키로 하고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중이다.

이에 대응해 삼성SDI와 LG전자는 조기 양산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NEC와 합작한 삼성SDI는 올 연말께로 예정한 부산사업장의 유기EL 양산라인 가동을 오는 7∼8월께로 앞당길 예정이며, LG전자도 구미공장에 1000억원을 투자해 구축중인 유기EL 생산라인의 가동을 올 중반께로 앞당겨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일진 및 네스 등 중소기업들도 유기EL 양산을 추진하고 있어 오히려 이 분야에서 일본업체를 앞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