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공하는가 = 그리 좋지 않은 투자환경 속에서도 외국계 제조업체들이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도 밝혔지만 합작회사를 설립했거나 직접투자를 한 외국업체들의 경영방식이나 투자목적에 따라 성공요인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 성공기업의 그 밑바탕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제조업체들은 무차별적인 사업다각화를 지양한다. 산업환경 변화에 편승해 사업구조를 개혁, 경쟁력 있는 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할 수 없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보다 가능성 있는 기업을 매수해 본사의 경영노하우와 자금을 집중 투입, 단시간에 성과를 올리는 전략을 펴 성공을 거둔 업체도 있다.
『변화가 있는 곳에 사업기회가 있다.』 GE의 웰치 회장이 한 말이다. 80년대 대부분의 회사들이 투자를 꺼리던 시기에 우리나라에 과감한 투자를 실시, 시장을 넓힌 업체들이 많은 성공을 거뒀다. 히타치·후지제록스·캐논·리코·NEC·AMP·코닝·오티스·히로세·몰렉스 등 일본업체들을 비롯, 많은 업체들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국내에서 경쟁력이 있는 업체를 발굴해 이들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합작회사를 운영하거나 경영권을 인수해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다.
이들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앞세워 우리나라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페어차일드·애질런트·IBM 등은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와 서비스의 조화를 통해 패키지화된 고품질의 가치를 판매함으로써 제조업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합작, 또는 직접투자 제조업체들의 성공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선진경영기법의 도입」이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각 사업부문별로 독립채산 형태로 운영되며 획일성을 줄이고 다양성을 고무하기 위해 사업부문 책임자들에게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하는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또 결재라인도 단순화해 조직의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도 이들 기업의 공통양식이다. 의사결정 지연은 간접비 증가로 연결되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인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은 기업경영자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천에 옮기느냐 하는 문제다. 바로 국내진출 외국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결재라인을 단순화하면서 해결했다. 기업의 성공요소인 스피드경영과 의사결정의 단순성을 경영의 기초로 삼았던 것이다.
현지화 노력과 국내 판매뿐만 아니라 수출에 경영력을 모은 것도 이들 기업의 성공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외국 진출기업 가운데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사장은 별로 없다. 또 본사의 기업문화를 강요하는 사례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현지상황에 맞는 경영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기업에 미치는 영향 = 외국기업의 활발한 활동은 국내기업들의 경영방식과 문화에도 변화를 촉진한다. 특히 선진 경영기법의 도입과 경영의 투명성, 그리고 유연성을 높이는 데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