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초중고 정보화교육>(1)프롤로그

◆최근들어 교육의 개념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의 본격 시행으로 그동안 교과서와 칠판에 의존해 왔던 초·중·고교의 교육방식이 컴퓨터·인터넷 접속기기 등 정보통신 기기를 활용한 멀티미디어교육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물리적인 의미의 학교가 아니라 가상의 공간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사이버스쿨 시대」가 멀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활용할 만한 콘텐츠는 별로 없고 멀티미디어 매체와 기존 교과목을 결합한 교과과정의 개발은 미진하다. 교육 정보화를 위한 정부의 막대한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PC 및 통신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명실상부한 정보활용기술(ICT)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3월 신학기를 맞아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초·중·고교 학생들에 대한 정보화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총 10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7차 교육과정」의 정책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기존 교과서와 공급자 중심의 학교 교육체제를 교육과정 및 교육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즉 지역 및 학교의 특성·자율성·창의성을 살려 다양하고 개성있는 교육을 실현하자는 게 포인트다. 이같은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의 하나가 바로 컴퓨터 및 ICT 교육이다.

물론 ICT 교육은 단순히 컴퓨터사용 교육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미술·음악·국어·영어·수학 등 모든 교과과정에 컴퓨터, 인터넷 접속기기, VCR, 프로젝션TV 등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토록 하고 멀티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교과과정을 개발하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7차 교육과정에는 바로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국민공통 기본 교과」 운용시 수업내용의 10% 이상을 정보기술을 활용해 수업하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멀티미디어교육 콘텐츠를 연차적으로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목표 탓인지 컴퓨터 및 ICT 교육 열기는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98년 대학입학제도개선위원회가 2002년부터 정보소양인증제를 도입해 대학입학 전형자료로 활용토록 하겠다고 밝혀 학생들의 컴퓨터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미 몇몇 대학들은 신입생 선발과정에 정보소양능력을 중요한 입학 사정자료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또 교사들의 컴퓨터 교육에 관한 관심도 예전과 다르다. 컴퓨터에 대해 무관심했던 나이 든 교사들도 젊은 교사들 못지 않게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실시하는 컴퓨터 교육에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선 학생 실습용 PC, 실습용 프린터, 교원용 PC, 프로젝션 TV 등 교단 선진화 관련 기기 및 인터넷 고속회선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은 많다. 정부의 교육용 PC보급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으나 PC당 학생수는 17명선에 달하고 학내망 구축 비율도 광주·대구·충북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50%선을 밑돌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컴퓨터 교육에 관심을 끌만한 교육용 콘텐츠는 거의 없다. 그동안 하드웨어 보급과 통신 인프라 확충에 역점을 두다보니 소프트웨어 개발은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학교 교사들도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다. 기본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진 것 같은데 수업 시간에 실제로 쓸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설령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구입 예산을 따로 확보하기도 힘들다. 심지어 교사 개인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서 수업시간에 활용하거나 주변의 지인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 교사와 학생간 새로운 정보기기에 대한 수용능력과 감수성의 차이, 기술적인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의 컴퓨터 시설, 이에 수반되는 사교육 의존 등이 모두 학교 정보화 교육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학내망 구축 사업과 교단 선진화 사업의 원활한 진행, 교육용 콘텐츠의 개발 및 보급, 교육 정보화 예산의 확보 등 모든 여건이 차질없이 진행

될 때 비로소 국내 정보화 교육의 미래는 밝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