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드라마>예술영화 TV 「하쉬렐름」

KBS에 「엑스파일」이 있다면 예술영화TV에는 「하쉬렐름」이 있다.

외화 시리즈물 가운데 「엑스파일」처럼 골수적인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프로그램도 없다. 예술영화TV에서 9부작으로 선보이고 있는 외화 「하쉬렐름」(금 밤 10시∼11시)은 엑스파일을 제작한 크리스카터의 최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마니아들을 흥분에 빠트린다.

「하드코어 액션 환타지」라는 다소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하쉬렐름(Harsh Realm)은 군대에서 제작한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속 가상세계를 칭하는 말.

주인공 토마스 홉스 중위는 군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 임무로 전쟁 게임 테스트 「하쉬 렐름」이라는 작전에 투입된다. 단순한 훈련테스트로 여겼던 하쉬렐름의 가상 공간은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한 치열한 전쟁의 장이다.

법칙이나 인정 따위는 없고 그저 죽지 않고 살아 남는 것만이 허용되는 이 세계에서 주인공은 상상치 못했던 상황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실 가상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소재의 영화는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아주 새로운 경험은 아니다. 「매트릭스」에서 시작해 「엑시스텐즈」「13층」 등으로 이어지면서 꾸준히 인기를 얻었을 뿐더러 최근 개봉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아바론」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초현실주의 영화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하쉬렐름에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또다른 매력이 있다.

최근 다시 안방을 찾은 엑스파일이 외계 존재를 매개로 FBI를 둘러싼 국가 권력의 음모를 파헤치고 있다면 이 영화는 가상 공간을 무대로 인간 본성의 실체에 좀더 접근하고자 한다.

컬트적이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엑스파일과 어두운 동시에 현란한 화면을 선사하는 하쉬렐름을 비교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케빈 코스트너의 「포스트맨」과 TV드라마 「오남매」에 출연했던 스캇 베스토의 신선한 마스크와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다수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