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성인 인터넷방송 칼바람

『여기 성인 인터넷방송 맞아?』

성인 인터넷 방송국인 N사의 사이트는 요즘 많이 변했다. 초기 화면부터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공동게재문」이라는 이름으로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문구는 청소년 접근 금지방안 등을 비롯한 결의로 가득해 엄숙하기까지 하다.

얼마 전처럼 맛보기로 무료 회원가입을 하거나 잠깐 둘러보는 것도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한 마디로 나이가 덜 찼거나 돈내고 볼 생각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돌아가라는 얘기다.

B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라이브 방송을 여전히 내보내고는 있지만 얌전하기 그지없다. 인터넷자키의 강도높은 노출이나 보기 민망한 포즈들은 구경하기 어렵다. 채팅하는 네티즌들의 요구를 예전처럼 원한다고 다 들어주지도 않는다.

보다 화끈한 장면을 원하는 회원들로서는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의 칼바람 앞에서 성인 인터넷 방송국들은 일단 이렇게 고개를 숙였다. 검찰수사에서 가장 문제시 됐던 부분은 인터넷자키와의 실시간 채팅을 통해 진행되는 라이브 방송. 단순히 야한 그림을 보는 것과 달리 네티즌이 원하는 포즈나 행위를 즉석에서 「진짜 해준다」는 것이 매춘행위와 다를 것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알맹이가 빠진 성인 방송국에는 유료 회원들의 항의도 거세다. 한 사이트 게시판에는 「왜 서비스가 제때 되지 않느냐」 「TV보다 못한 성인방송을 돈내고 봐야 하나」라는 내용들이 연일 빗발친다.

이같은 상황을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한 인터넷 시장평가 기관에서 실시한 성인방송 접속률 조사에서는 수사 이후 접속률이 급락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때맞춰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성인 웹캐스팅 사이트들이 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사이트를 폐쇄하겠다는 강경한 규제방안을 내놓았다. 그야말로 성인 방송계는 완전히 얼어붙은 것일까.

하지만 정작 이같은 전쟁을 지켜보는 인터넷 방송업계는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인 콘텐츠로 짭짤한 돈을 벌어들이면서 인터넷 방송국의 유일한 수익창출 통로로 여겨졌던 성인 방송국인 만큼 무조건 채찍만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인 방송국들은 자신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줄 만한 정식 기관조차 없는 상태에서 호된 매를 맞아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인터넷방송협회 산하 자율정화위원회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사태수습에 뒤늦게 나서기는 했지만 50여개가 넘는 성인 방송국을 꾸준히 감시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최근 회사내에 자체 심의팀을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는 B회사 관계자는 『윤리위가 제시한 규제조항에 따라 콘텐츠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있다』며 『표현의 수위 등과 관련해 사소한 자료요청을 할 만한 창구조차 없는 국내 상황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설익은 성인 인터넷 방송의 표현의 자유 논쟁이 어디쯤에서 매듭지어질지 네티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