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 4세대 혁신

윌리엄 밀러·랭돈 모리스(저), 손욱(역), 모색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는다면 무엇이 될까. 분명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혁신이라고 답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공정을 개선하며 조직과 업무과정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업만이 시장을 주도하고 탁월한 사업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너럴일렉트릭,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퀄컴, 델컴퓨터, 야후 등과 같은 선두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본다면 바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경영 사상가로 널리 알려진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존재가치는 바로 혁신에 있다』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혁신을 통하여 경제발전과 사회복지에 기여하는 것이 기업의 본질적인 사명이며, 따라서 혁신하지 않는 기업 또는 혁신에 게으른 기업은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몇년 동안 겪어온 국가경제의 위기와 구조 조정의 고통도 따지고 보면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혁신을 소홀히 한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혁신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사업을 하면 할수록 기업가치가 파괴되어 부실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정경유착, 소유주의 전횡, 경영투명성 결여 등 여러 가지 고질적인 우리 기업들의 병폐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과거의 관행에 안주하여 변화를 외면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뼈아픈 자성을 통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혁신만이 기업의 필수 생존 조건임을 자각하고 혁신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세대 혁신」은 가치 혁신을 어떻게 이행하고 또 신기술과 신시장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 솔루션을 제공, 지식경영·기술경영·혁신경영의 실천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3세대 혁신을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적용되는 전사적 전략을 통합한 기술개발, 포트폴리오, 기술 로드맵을 응용한 전략형 혁신으로 정의한다. 최근에 등장한 지식사회에서의 4세대 혁신은 와해성와 비연속성에 대응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으로 시장통합을 통한 가치 창출형 기술을 개발하는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3세대 혁신시스템은 지식 획득의 책임 소재가 고객 요구를 조사하는 마케팅과 기술을 제공하는 R&D로 나뉘어져 있어 고객의 잠재적 욕구를 파악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4세대 혁신은 고객요구와 기술적 역량이 결합된 상호 의존적 학습에 의해 비연속적 혁신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오랜 기간동안 기업의 R&D분야 전문가로 활동하였으며, 이러한 실무적 경험과 다양한 분야의 해박한 이론, 적절한 사례분석(제록스, 아폴로 13호, 나이키타운, 포드, 인텔, 휴렛패커드, 모토로라 등)을 통해 혁신의 기획과 경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일부 초심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설명없이 제시된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컨데 지식경영, 조직이론, 혁신 등은 내용의 전개상 꼭 필요한 이론과 개념이지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자칫하면 이 책이 제시하고자 하는 시사점과 교훈이 충실히 전달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혁신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지식을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인내하면서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 chaelim@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