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 한솔CSN 대표이사
『개혁을 하면 망할 수도 있고 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혁을 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개혁가인 이율곡 선생이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의 일부다.
우리 경제 앞날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산 고비용·저품질의 상품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패퇴를 거듭하고 있고, 실업자 수는 다시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경제가 시름시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분명 위기다. 그러나 위기와 더불어 기존의 묵은 체제를 새롭게 뜯어고쳐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선조때의 임진왜란은 다가올 디지털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그 길을 알려주고 있다. 보이는 것을 보지 않으려 하고, 들리는 것을 듣지 않으려 함으로써 개혁과 준비의 시기를 놓치고, 마침내는 나라 전체가 통곡으로 뒤덮였던 선조들의 우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되겠다.
21세기는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국가가 강국으로 부상하는 시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리의 디지털 환경은 꿈과 희망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이미 읍면 단위까지 전국 곳곳에 디지털 고속도로가 구축되어 있는 데다 2005년이 되면 완벽한 초고속 정보망이 탄생하게 된다.
더구나 저렴한 통신인프라 사용료, 인터넷 사용인구 2000만명, 초고속 통신망 가입자 수 300만 회선 등 디지털경제를 위한 토양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 있다.
이제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새로운 이기(利器)를 활용해 혁신을 하여 세계를 주도해 나갈 것인지, 경쟁력도 없는 극동의 소국(小國)으로 수모를 겪으며 살아갈 것인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몫이다.
우리 경제를 고통스럽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바로 취약한 경쟁력이다. 개혁과 변혁의 상징인 인터넷. 그 중에서도 전자상거래는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 물류에 혁신이 일어난다. 물류는 인체로 비유하면 동맥과 같다. 심장에서 혈액을 각 부분으로 보내는 동맥이 제기능을 못하면 다른 장기까지 영향을 미쳐 합병증이 생기고, 근력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물류가 지금 이러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물류비용은 90조원 수준이다. 기업 매출액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정도로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당연히 아무리 제품을 싸게 만들어도 국가경쟁력이 있을 수가 없다.
도로율도 뒤떨어져 있다. 현재 주요 대도시의 도로율을 보면 도쿄가 24%, 뉴욕이 34%인 데 반해 서울은 20% 수준이다. 도로율을 높이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도로율을 1%만 확충하더라도 5조원이 넘는 돈이 드는 데다 연 7.2% 수준인 차량증가율까지 감안해 새 도로를 건설한다면 천문학적인 공공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물류비의 19%에 달하는 17조원이 교통혼잡으로 길바닥에 버려진다는 것이다.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쇼핑차량과 트럭의 공차율로, 국내 화물차 240만대의 공차율이 41.4%에 달할 정도다.
이러한 물류난맥을 해결하고 교통혼잡을 줄이는 유일한 대안이 전자상거래다.
전자상거래가 왜 나라를 살리는 길인가. 기업과 국가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PC·가구·스포츠제품 등 7개 제품의 수출경쟁력에서 한국산 제품이 대만보다 평균가격은 21% 높고, 품질은 5% 낮은 수준이다.
대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바로 공동구매를 통해 원자재 비용을 낮추는 데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대만보다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원자재·완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의 장점인 중간 거래단계가 파괴됨으로써 거래비용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상거래는 신기술이 그 가치를 뽐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수요증가에 따라 새롭고 더욱 진화된 기술들이 나옴으로써 기술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디지털혁명의 파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금 세계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e커머스를 넘어 TV를 통한 t커머스, 휴대폰·PDA를 이용한 m커머스에서, 자동차·홈가전제품 등 생활의 도구들이 전자상거래의 기기가 되는 u커머스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디지털강국으로 우뚝 서고, 나아가 물류비 전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 활성화가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