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광대역(브로드밴드)의 미래

얼마 전까지 곧잘 신문지 상에 오르내리던 FTTC(Fiber-To-The-Curb:광케이블을 집이나 회사 근처의 도로까지 설치해 사용하는 기술)과 FTTH(Fiber-To-The-Home:광케이블을 통신업체로부터 주택에까지 설치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 현재 제법 규모 있는 FTTC, FTTH 구축사업이 진행 중인데도 언론의 관심은 냉담하기까지 하다. 과연 이 광케이블 기술이 과거의 꿈으로 사라질지 아니면 가정용 브로드밴드의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번 주 월드리포트는 시장조사기관 「커런트애널리시스(Current Analysis http://www.currentanalysis.com)」가 두 기술에 대해 분석한 최신 보고서를 소개한다.

FTTC는 미래 브로드밴드의 주역으로 불리고 있다. FTTC 구축비용은 과거 꽤 높았지만 이제는 기존 네트워크 구축 비용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 기술은 DSL을 보다 편하게 이용하도록 지원하며 케이블TV 같은 부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미래에 대비하여 네트워크를 강화시켜 주는 장점도 있다.

이 분야 선두업체는 벨사우스(Bellsouth). 이 업체는 FTTC 기술을 이용해 수십만 세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곧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스프린트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망 구축시 FTTC를 기본 설치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 버라이존과 SBC는 어떤 업체보다도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FTTC와는 달리 FTTH의 사업 현황은 어렵다. 벨사우스는 지난 99년 애틀랜타에서 약 400가구에 FTTH를 설치했지만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사업을 진행시키지 않고 있다. 또한 FTTH는 주요 ILEC(미국의 기간 통신사업자)의 사업 추진 우선순위 목록에도 들어있지 않다. 그 이유는 FTTH의 설치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 외에도 정전시 정상 가동을 규정하는 등 까다로운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틈새시장을 노리는 소규모 업체들은 로컬화된 FTTH를 설치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우선 FTTC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FTTC는 조금씩 가정용 브로드밴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벨사우스는 FTTC 설치를 위해 3가지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첫째 자사의 패스트액세스(FastAccess) ADSL 상품을 위한 1.5Mbps 플랫폼을 제공하며 둘째 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사의 TV 오락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셋째로는 미래에 대비한 네트워크 강화를 들 수 있다. 즉 필요할 경우 벨사우스는 롤러카와 라인카드만 있으면 VDSL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스프린트의 ILEC사업부는 망 구축시 기본적으로 FTTC를 설치하고 있으며 자사의 패스트커넥트(FastConnect) ADSL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FTTC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500피트마다 노드를 설치하고 있다. 벨사우스와 스프린트의 공통적인 전략은 양사가 오래된 주거 지역에는 FTTC를 설치하지 않고 새 주거 지역에만 설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의 설치 비용에 대해서 스프린트는 기존 방식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벨사우스는 FTTC 설치 비용이 좀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케이블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이는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근들어 네트워크 구축에 사용되는 광 케이블이 늘어나면서 FTTC 설치를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SBC는 자사의 「프론토 프로젝트(Project Pronto)」를 통해 대부분의 SBC 고객이 DSL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며 2002년까지 전체의 80%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FTTH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FTTH는 ILEC의 우선 사업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벨사우스가 1999년 애틀랜타 지역에서 400가구에 배치한 것 이외에 FTTH를 확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스프린트는 캘리포니아주의 퍼시픽에서 FTTH를 시범서비스 중이지만 향후 설치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FTTH 기술을 희망적으로 보고 설치에 나서는 소규모 업체들도 있다. 자본구조가 튼튼한 것으로 알려진 그랜드커뮤니케이션(신규업체)과 윈퍼스트(WINfirst)는 텍사스주를 포함한 서쪽 지역에서 인터넷, 음성, 오락 서비스의 제공을 목표로 상당한 규모의 FTTH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또 컴피티시스(Competisys) 같은 소규모업체는 캘리포니아의 아메리카캐년(America Canyon)에서 가정과 기업을 대상으로 FTTH를 설치하고 있으며 헉슬리코퍼레이티브통신회사(Huxley Cooperative Telephone Company)는 아이오와주의 헉슬리에서 약 3000가구를 대상으로 광대역 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FTTH 설치를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로는 추가비용 문제가 있다. 일부 FTTH 설치 방식은 전화선을 위해 주택에서 전력을 사용해야 하는 데 이 경우 정기적으로 교채햐야 할 추가장치로서 백업 배터리가 필요하게 된다.

「커런트애널리시스」는 FTTH 설치가 일반적으로 경제성이 낮다는 ILEC의 판단에는 찬성하지만 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 FTTC와 FTTH 설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RBOC(미국 지역전화사업자들)과 주요 ILEC는 FTTC의 설치를 통해 주택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신뢰성 있고 빠른 대역폭(벨사우스의 경우 1.5Mbps)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FTTH는 향후 수년간은 전체 시장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FTTH 설치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투입되는 자본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실제 설치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때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명문제 및 지방 정부로부터 허가와 승인을 얻는 문제까지 FTTH가 극복해야 할 다른 문제도 산적해 있다. 또 기업도 아닌 가정에서 100Mbps의 대역폭이 과연 필요하며 과잉투자는 아닌지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커런트애널리시스는 FTTC의 설치로 케이블, 위성, 다른 DLS 사업자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는 ILEC, 벨사우스, 스프린트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믿고 있다. 특히 FTTC의 설치가 새로이 조성된 주거 지역에 주로 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기술이 가져다 주는 변화는 점진적이면서 주택용 브로드밴드 시장에서 점점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리=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