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대다수 제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데 반해 반도체·부품·산업전자 업체들은 오히려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업체의 설비투자는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와 TFT LCD, PDP, 유기EL 등 평판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디지털, 이동통신, 광, 생체인식, 임베디드부품 등 첨단 부품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 전자산업의 성장기반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업계의 설비투자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국내 전자산업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설비 신증설은 주로 차세대 제품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TFT LCD분야에서 올해 5조원 안팎의 신규투자, 4000억원 정도의 보완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신규투자는 주로 12인치 웨이퍼 시험생산라인, 비메모리반도체, 5세대 TFT LCD 차세대 생산라인의 구축에 집중했으며 램버스D램과 같은 차세대 제품의 생산확대를 위해 보완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올해 반도체업체의 설비증설은 미비하다.
현대전자는 올해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나 대부분 기존 반도체라인의 설비를 보완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며 동부전자는 다음달 중순 음성공장을 가동해 사실상 투자를 완료했다. 또 아남반도체, KEC 등도 올해 신규 투자를 거의 중단한 상태다.
그렇지만 이들 회사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경우 하반기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올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EL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브라운관업체인 삼성SDI와 LG전자는 올해 브라운관에 대한 신규 투자를 동결한 상태에서 PDP와 유기EL에 대한 양산라인을 구축중이다. PDP 양산라인은 이르면 다음달께, 유기EL 양산라인은 올 여름께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유기EL은 중소벤처업체들이 준 양산라인을 잇따라 구축중에 있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가장 투자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부품업체=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올해 당초 계획보다 투자규모는 축소했지만 올해도4300억원을 투자해 국내외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특히 전체 투자규모의 50% 이상을 해외공장에 투자해 해외 거점기지를 늘려 나갈 예정이다.
LG이노텍(대표 김종수)은 지난해 하반기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1500만달러를 투자해 신공장을 건설하고 생산라인을 증설한 데 이어 올해에도 중국에 신규투자를 단행, 진동모터 라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PCB 원판 생산업체인 두산전자BG(대표 이정훈)는 페놀원판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중국 및 동남아 시장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300억원을 들여 중국 상하이에 페놀원판 공장을 설립하고 150억원을 들여 김천공장의 생산설비를증설, 에폭시원판의 생산량을 월 90만장에서 월 120만장으로 3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코스모텍(대표 전우창)은 중국에 300만달러를 투자해 단면 PCB 생산공장을 마련하고 우기가 끝나는 9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영전자(대표 변동준)는 올해말까지 중국 칭다오의 현지법인에 340만달러를 투자, 알루미늄 전해콘덴서의 월 생산량을 3억2000만개에서 4억개로 늘릴 예정이며, 삼화전기(대표 서갑수)는 올해 중국 톈진공장에 230만달러를 들여 알루미늄 전해콘덴서의 생산량을 월 7000만개에서 1억개로 늘릴 계획이다.
파츠닉(대표 박주영)은 올해 100억원을 투자해 알루미늄 전해 칩콘덴서 생산량을 월 2000만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고 전지 생산업체인 동양R&D(대표 서인원)는 최근 100억원을 들여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쎄라텍은 250억원을 투자해 현재 공장의 2.5배에 달하는 건평 7400평 규모의 8층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공장에 신제품 생산라인을 도입,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산전업체=전세계적으로 광 관련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산전부문에서는 LG전선, 대한전선 등 광섬유 및 광부품 업체들이 올 들어 의욕적인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다 기존 광섬유 생산 4사(LG전선·삼성전자·대한전선·머큐리) 이외에 일진이 광섬유 시장참여를 선언하고 나선 상황은 이 시장에 대한 업계의 향후 기대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LG전선이 올해 총 650억원을 투자, 광섬유 생산량을 현재 연산 500만f㎞에서 1000만f㎞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한전선도 지난달 말 계열사인 옵토매직의 광섬유 설비 기공식을 갖고 광부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광섬유 생산을 기존 100만f㎞에서 200만f㎞까지 확대하고 오는 2003년에는 500만f㎞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최근 광섬유 시장 참여를 선언한 일진은 올해 안에 80억원을 투자, 3개 라인에 50만f㎞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일진은 오는 2003년경에는 광섬유 생산량을 200만f㎞까지 늘리기로 했다.
특히 LG전선은 광부품 부문에도 주력, 연평균 40% 성장이 기대되는 광부품사업을 기업의 핵심사업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총 투자액인 1800억원의 70%에 달하는 1250억원을 광·부품 사업에 집중하고 총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회사는 또 동박부문에도 600억원을 투자, 현재 월 3000톤인 동박생산량을 1만100톤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설비투자 확대배경
업체들이 설비 투자에 의욕을 보이는 까닭은 하반기부터 국내 전자산업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고 수출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기가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어 수요가 발생할 때 설비투자를 단행하기보다는 미리 사전 투자를 단행,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디지털TV를 비롯한 디지털 가전제품의 대미, 대유럽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고 이동전화기, 개인휴대단말기 등 차세대 정보통신기기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의 설비투자는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와 TFT LCD, PDP, 유기EL 등 평판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디지털, 이동통신, 광, 생체인식, 임베디드부품 등 첨단 부품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부품들은 그동안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것들로 국내 전자부품업계의 설비투자가 완료되면 이동전화기, 디스플레이, 전지 등 주요제품의 부품 국산화율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전기, LG이노텍, LG전선, 광전자 등 주요 부품업체들은 미래 전자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광부품 분야에 의욕적인 투자 계획을 갖고 있어, 광부품의 자립시대가 크게 앞당겨질 전망이다.
업체의 설비 투자중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특징은 대중국 투자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콘덴서, 저항, 소형모터, 인쇄회로기판 등 범용 부품업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중국 투자는 가격 경쟁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부품업계의 생존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부가가치가 떨어지고 기술 난이도가 낮은 저급, 아날로그 부품은 중국으로 설비를 이전하거나 중국에 신규 투자, 우리를 뒤를 바싹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을 겨냥해 현지에 진출한 세트업체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동반 진출도 부품업계의 대중국 투자 전략중 하나인 듯하다.
전선업계의 광케이블 설비 증설도 주목되고 있다. LG전선, 대한전선, 일진 등 주요 광케이블업체들은 한결같이 올해 광케이블 및 광섬유 설비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초고속인터넷망용 광케이블의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며 특히 광섬유의 수출 전망이 매우 밝은 것도 전선업계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PCB 등 일부 전자부품의 경우 중복 과잉 설비 투자로 인한 가동률 저하현상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투자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산업전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