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홈쇼핑 사업자 선정]경쟁률 4대1 혼전 티켓 3장 누구 손에...

신규 TV홈쇼핑사업자 신청접수가 4 대 1의 경쟁률로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는 심사위원들의 최종 심사와 발표만 남겨놓게 됐다.

방송위원회의 일정대로라면 본 심사는 오는 19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되고 최종결과는 다음달 2일 발표된다.

이로써 지난 95년부터 6년간 지속된 TV홈쇼핑 양사체제는 끝이 나고 5개 업체가 각축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달 28일 사업자 신청 접수 결과는 지금까지 거론돼 왔던 10여개 업체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막판 변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두달 전만 해도 20여개 컨소시엄이 사업권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판에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한 컨소시엄들이 사업권 획득이 확실시되는 유력한 컨소시엄에 흡수합병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협중앙회와 씨앤텔은 합병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다 기협중앙회가 사업포기를 선언하고 씨앤텔은 롯데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결과적으로 와해돼 버렸다.

또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전문업체인 데이타링크가 주도하고 있는 한쇼핑TV 컨소시엄이 인포머셜 홈쇼핑업체인 쇼핑채널 컨소시엄을 합병했는가 하면 아이즈홈쇼핑과 F&D홈쇼핑도 통합 컨소시엄인 우리홈쇼핑을 전격 출범시키는 등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이 거듭됐다.

홈쇼핑 채널 경쟁에 뛰어든 컨소시엄은 백화점 및 대기업 계열, 농수산물 관련 사업자 계열, 중소기업 계열, 기존 중소홈쇼핑업체 및 물류 관련회사 계열 등으로 크게 나눠진다.

이에 따라 다른 계열의 컨소시엄보다는 같은 계열 컨소시엄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는 전문분야를 고려해 사업자를 안배하는 방안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유통업계와 방송계에서는 형평성을 고려해 백화점 및 대기업 계열, 농수산 계열, 중소기업 계열 등의 사업자에게 1개씩의 채널을 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홈쇼핑사업에 나서려는 대기업들을 분석해 보면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을 통해 유통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롯데와 현대의 경우 백화점 유통망을 갖고 있으며 한솔과 삼성물산도 각각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사업을 벌이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도 직간접적으로 유통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홈쇼핑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은 유망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는 유통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을 통한 유통사업에 방송매체를 추가해 명실상부한 종합유통업체로 부상하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홈쇼핑채널의 획득 여부가 대기업들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홈쇼핑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대기업들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방송위원회가 사업자를 선정할 때 특정분야별로 티켓을 나눠주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고무돼 있다. 농수산·중소기업 등 특정분야에 사업권을 줄 경우 대기업에 돌아오는 티켓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지만 전체를 똑같이 놓고 평가한다면 재무구조나 사업추진능력 등에서 앞선 대기업들이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백화점 계열에서는 롯데·현대·신세계 등 이른바 「빅3」가 모두 참여했다.

롯데쇼핑은 태광산업·자네트시스템·에이스침대 등 405개 주주사를 합류시켜 디지털홈쇼핑(대표 이인원)이란 이름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신세계는 연극인이자 전 환경부 장관인 손숙씨를 대표로 영입하는 한편 드라마제작으로 이름난 삼화프로덕션을 비롯해 일진블럭스위치·삼성카드·새롬기술 등을 참여시켰다.

현대백화점이 주도하고 있는 연합홈쇼핑(대표 이병규)에는 서초종합유선방송·다음커뮤니케이션·국민은행·SBS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갤러리아백화점과 4개의 지방 백화점도 함께 손을 잡았다.

백화점업체들은 이번 TV홈쇼핑사업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향후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 가속화된다고 볼 때 온라인유통을 강화하지 않고는 오프라인유통의 획기적인 확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홈쇼핑과 CJ39쇼핑의 경우 롯데나 현대·신세계처럼 오프라인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해 왔기 때문에 이들 빅3 중 어느 하나가 신규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TV홈쇼핑업계에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밖에 한솔CSN이 지배주주로 돼 있는 한솔홈쇼핑(대표 김홍식)에는 대양ENC·한국통신·MBC프로덕션·MBC미디어텍·KDC정보통신이 참여했으며 아시아나홈쇼핑(대표 박찬범)에는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신한은행·국민신용카드·LGEDS시스템·대한매일신보사가 출자를 약속했다.

중소기업 중심 컨소시엄들은 특정분야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사업자 선정 방침이 확고함에 따라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 중소·전문분야 컨소시엄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또는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가산점을 얻지 못하게 될 경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유리한 파트너와 짝을 짓거나 새로운 파트너를 영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중소·전문문야 컨소시엄들은 방송위가 공식적으로 특정사업자군을 따로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산업적 균형 및 공적 이익 실현」이라는 신규허가목적에 비춰볼 때 중소기업과 전문분야 중 하나씩이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로쇼핑넷(대표 김규석)은 농협유통과 삼성물산에 종합통신사인 연합뉴스, 휴맥스, 동원산업 등이 가세했으며 경쟁관계인 한국농수산방송(대표 이길재)은 닭고기 유통업체 하림, 수협중앙회, 농우바이오, 한국인삼공사, 동아TV가 참여했다.

중소기업분야에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독자출자한 중소기업홈쇼핑(대표 이숭웅), 세아제강·일신방직·녹십자·고려아연·동일방직으로 구성된 재래시장홈쇼핑(이운형), 가로수닷컴·남양·데이터링크·쇼핑넷·IMIT·이지클럽 등이 참여한 한쇼핑TV(김동관) 등이 채널권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지난해말 있었던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의 경우 결과가 발표됐을 때 심사위원 구성이 특정 컨소시엄에 불리했고 심사위원의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도 이같은 지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정한 심사기준과 심사위원 선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방송위가 정한 심사항목과 배점은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있었던 신규PP와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심사기준이 아니라 심사과정과 결과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일부 컨소시엄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심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심사기준을 벗어나 더 많은 점수가 주어진다면 심사기준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컨소시엄에 대한 처리문제는 방송위원회의 무거운 짐이 될 전망이다.

다음으로 방송위가 특정분야별로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전문기업을 모두 공평한 틀에 놓고 심사해 결과에 따라 대기업이 모두 된다거나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 해도 이를 수용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