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채널 사업자 3개가 추가 승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채널 전송의 권한을 쥐고 있는 케이블TV방송국(SO)들의 채널 편성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기존 2개 사업자를 포함해 총 5개 사업자가 우선 눈을 돌릴 만한 곳은 SO전송망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위성방송 사업을 본격화할 올해 10월까지는 기존 사업자인 LG홈쇼핑과 CJ39쇼핑이 선점하고 있는 SO시장 진입을 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SO의 홈쇼핑 채널 의무 송신 조항이 폐지되면서 모든 홈쇼핑 채널이 SO를 통해 전송되기는 어려워졌다. 게다가 대부분의 SO들이 3개 이상의 홈쇼핑 채널을 내보내지는 않겠다는 기본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업자간 채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총 45개 S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인 24개 SO가 현 수준을 유지해 향후에도 2개의 홈쇼핑 채널만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SO의 전송망 디지털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채널 대역폭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시청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SO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2개 채널뿐만 아니라 인포머셜 홈쇼핑 광고도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시청자들은 홈쇼핑이 지나치게 자주 노출된다고 인식한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채널을 2개 이상 늘리게 되면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홈쇼핑 채널을 3개 이상 편성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의 상품 선택폭이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추가 편성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SO들이 이같이 냉담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홈쇼핑 채널 신청 컨소시엄들은 사업권 획득 이전부터 SO모시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특히 수도권 지역 복수SO(MSO)의 경우 거의 모든 홈쇼핑 컨소시엄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컨소시엄들의 애타는 구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SO들은 주요 주주로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왔다. 전송망을 갖고 있는 SO들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을 뿐더러 일정 컨소시엄에 발이 묶일 필요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MSO의 한 임원은 『현대·롯데·신세계 백화점을 비롯해 다수 컨소시엄으로부터 끊임없이 제안을 받았으나 많은 지분을 넣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서 접수 막판까지 각 컨소시엄은 SO들을 소액 주주로라도 참여시키기 위해 부심하는가 하면 SO들은 단일 컨소시엄이 아닌 3, 4개 컨소시엄에 복수 참여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기존 SO로부터 외면당한 일부 컨소시엄들은 오는 4월경 SO로 전환될 예정인 중계유선방송사업자와 협력을 맺는 등 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같이 다수 SO들이 홈쇼핑 채널 추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SO들은 추가된 채널을 모두 편성하겠다는 전략도 내놓고 있다.
채널 추가에 대해 이들은 『홈쇼핑 시장이 확대되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말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타 프로그램공급업자(PP)의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는 홈쇼핑 채널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수익 창출을 위한 자구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수 홈쇼핑 채널들이 등장하면서 SO에 자사 채널을 내보내기 위해 고액의 마케팅비를 건네는 사례들이 관행화될까 우려된다』며 『지나친 출혈경쟁은 전체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미칠 뿐더러 홈쇼핑 채널 사업자들의 공멸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