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e비즈 전략 가시화

롯데그룹의 e비즈니스 전략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그룹총수 후계자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면서 그간의 오프라인 일색의 회사이미지를 바꿔나가고 있다.

그동안 유난히 보수적 색채가 짙은 그룹으로 인식돼 왔던 롯데에 「젊은」 주인이 등장해 자회사를 묶는 방법으로 물밑에서 강력한 e비즈니스 구도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신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전략적 자회사는 롯데정보통신과 롯데로지스틱스, 롯데닷컴, 모비도미 등 4개사. 이들 자회사를 통해 독보적인 아성을 굳히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사업과 온라인 e비즈니스, 이동통신환경의 m비즈니스를 각각 결합해 그룹의 차기 역량을 극대화한다는 게 신 부회장의 구상이다.

◇자회사 역할 = 신 부회장의 관할권에 있는 4개사는 외형면에서는 아직 보잘 것 없지만 무시못할 잠재력을 지닌 게 사실이다.

롯데정보통신과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 96년 설립 이후 독자 생존모색에만 열중해왔다. 롯데정보통신은 그룹내 시스템관리(SM)가 주 몫이었지만 최근 외주 시스템통합(SI) 및 그룹 e비즈니스의 싱크탱크로 공격적인 선회를 했다. 롯데정보통신 핵심 관계자는 『신 부회장의 정보기술(IT) 자문역 및 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로지스틱스의 경우 지난 96년 롯데리아와 일본 미쓰이물산이 합작 설립한 물류서비스 전문업체. 지금까지는 단순히 계열사 중심의 물류용역업체로 비쳐졌지만 앞으로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기대된다. 당장 신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그룹 공급망관리(SCM) 프로젝트의 실무부대일 뿐 아니라 향후 제조·유통계열사들의 통합 물류서비스를 포괄할 예정이다. 내년까지는 롯데백화점·마그넷·세븐일레븐·롯데리아·슈퍼 등 5개 유통계열사를, 장기적으로는 롯데칠성 및 롯데제과를 물류 공동화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시킬 예정이다. 제조·유통업의 아킬레스건인 물류서비스 분야에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정보통신·롯데로지스틱스와 달리 롯데닷컴·모비도미는 신 부회장이 표면에 나서기 시작한 지난해 설립된 차세대 주력부대. 롯데닷컴은 오프라인 유통업의 시장지배력을 온라인에 뿌리내리기 위한 전진기지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기존 유통시장의 독보적인 지위가 오히려 온라인 사업에서는 걸림돌이 될 경우도 있다』면서 『롯데닷컴은 그룹차원의 클릭앤모타르 전략의 일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모비도미(http://www.mobidomi.com)는 지난해 10월 일본 콘텐츠 업체인 「닷모비」와 합작 설립한 무선인터넷 콘텐츠서비스 전문업체. 지금은 휴대폰 등을 통한 자사 경품제공서비스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고객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이벤트·광고·리서치 등 종합마케팅 회사로 부각될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모비도미는 차세대 유망분야인 이동통신사업 진출의 단초』라며 『신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지휘스타일 = 4개사는 신 부회장이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는 자신의 전위부대. 애정이 남다른 만큼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롯데닷컴과 모비도미는 신 부회장이 직접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롯데정보통신·롯데로지스틱스는 직보체계를 구축, 간접적으로 챙기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정보통신은 권오훈 이사, 롯데로지스틱스는 최문철 상무가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는 등 보기 드문 경영구조를 갖고 있다. 4개사는 또 실무차원에서 최근 그룹 e비즈니스 전략모임을 정례화하고 그 결과를 신 부회장과 공유, 사실상 그룹내 「로열패밀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4개사의 실무는 신 부회장이 훤히 꿰뚫고 있다』면서 『4각체제를 발판으로 그룹을 e비즈니스·m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체질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는 차기 후계구도에 대해 여전히 명시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한 만큼 향후 신 부회장의 입지에 따라 롯데 e비즈니스 전략은 명운을 같이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