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올해 국산 이동전화단말기 수출이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지난 97년 이후로 급성장세를 유지해온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단말기 세계시장이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
특히 이동통신 세대전환(2세대 → 3세대)작업이 한창인 우리나라가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으로 2세대 동기식 CDMA발전모델(cdma2000 1x 및 3x)이 아닌 비동기식 IMT2000(WCDMA)을 선택함에 따라 세계 CDMA 장비시장 기반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CDMA는 세계 이동통신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밑도는데다 한국시장의 비중이 46%에 달한다. 따라서 국내시장이 무너지면 세계시장도 사라지는 셈이다.표1 참조
그렇다고 해서 수출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이동통신단말기 제조업계가 「중단없는 수출의지」를 불사르며 국산 단말기 세계화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다.
◇국산 단말기 수출현황 =우리나라는 지난 95년부터 이동전화단말기 수출을 본격화해 같은해 5억930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후 6년여 만인 지난해 45억4000만달러 어치를 수출함으로써 약 9배로 성장했다. 특히 2세대 CDMA 디지털 이동전화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해인 97년에 8억5242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이래 98년 14억3306만달러, 99년 34억5342만달러로 황새걸음을 이어왔다. 표2 참조
이에 힘입어 국산 이동전화단말기는 지난 99년 말 기준으로 CDMA방식 이동통신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35.9%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국산 단말기가 홍콩에서 13.8%, 호주에서 5.4%, 영국에서 5.1%를 점유하는 등 수출지역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 이동통신시장의 주류인 유럽형 이동전화(GSM)단말기 수출도 지난 98년부터 시작돼 99년 12억5000만달러, 2000년 16억3900만달러로 성장하는 등 국산 단말기 수출전선이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는 수출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업체. 특히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www.sec.co.kr)는 지난해 약 2100만대의 이동전화단말기를 세계시장에 판매, 점유율 5%로 6위에 올라 있다. 또한 이 회사는 올해 3억7000만∼4억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GSM단말기 시장에서도 2∼3%대 점유율을 유지하며 국산 단말기 수출을 이끌어나갈 예정이다.
LG전자(대표 구자홍 http://www.lge.com)도 올해를 기점으로 이동전화단말기 수출을 강화, 오는 2005년까지 세계 5위권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역밀착형 CDMA세계화 전략을 마련했으며 GSM단말기 시장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LG전자는 미국 최대의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인 스프린트와 3년간 3억달러 상당의 이동전화단말기 수출계약을 맺은 데 이어 버라이즌와이어리스로부터도 50만대를 수주하는 등 미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또 브라질·호주 등지로 수출지역을 확대하며 이동전화단말기 사업 중흥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전자(대표 박종섭 http://www.hei.co.kr)도 지난해 2월부터 미국 전자통신 전문 유통업체인 오디오복스와 2년간 6000만대, 12억달러 상당의 CDMA단말기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월평균 30만대씩 공급, 국산 단말기 세계화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중견업체들의 약진 =세계시장을 향한 중견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의 기세도 등등하다. 단일계약으로 세원텔레콤 7억달러, 팬택 6억달러, 텔슨전자 4억달러(추정) 등 규모도 만만찮다.
세원텔레콤(대표 이정근 http://www.sewon-tele.com)은 지난해 6월 스페인과 브라질에 거점을 둔 비텔콤과 3년간 450만대, 7억달러 상당의 CDMA 및 GSM단말기를 공급키로 계약하고 선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닝보버드와도 GSM단말기 150만대를 공급키로 계약(MOU)하는 등 수출시장 전방위 공략을 펼치고 있다.
팬택과 텔슨전자는 각각 모토로라와 노키아의 전세계 판매망에 편승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중견업체로서 독자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팬택(대표 박병엽 http://www.pantech.co.kr)은 올해에만 500만대, 6억달러 어치 CDMA단말기를 모토로라에 ODM(Original Developement Manufacture)방식으로 공급하게 된다. 텔슨전자(대표 김동연 http://www.telson.co.kr)도 노키아와 CDMA단말기 ODM계약을 맺음으로써 앞으로 4억달러 이상의 수확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스탠더드텔레콤(대표 임영식 http://www.nixxo.co.kr)과 와이드텔레콤(대표 김재명 http://www.widetel.co.kr)이 미국과 중국시장을 두드리고 있으며 맥슨텔레콤(대표 김익부 http://www.maxon.co.kr)도 올해 GSM단말기 수출물량을 30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망 =업계 관계자는 『비록 국내에서 CDMA이동통신산업이 궁지로 몰린 형국이지만 아직 미국·중남미·호주·동남아시아로 이어지는 환태평양지역에서 CDMA가 부흥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업체들에 GSM단말기 시장도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환태평양의 CDMA네트워크화 및 GSM시장 개척을 화두로 삼을 때 국산 이동전화단말기 세계진출을 위한 비단길(실크로드)이 열릴 것이다.<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