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한국형 파트너制 뿌리내린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캐피털리스트인 파트너가 유망 벤처기업의 발굴에서부터 기술 및 사업성 심사, 투자결정에 이르기까지 벤처투자 부문의 전과정을 총괄하는 파트너 중심의 투자결정체제가 국내 벤처캐피털업계에도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7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최고경영자(CEO)가 사실상 벤처투자의 방향과 결정권을 갖고 펀드 등을 운용해온 벤처캐피털회사들이 실제 벤처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파트너들이 벤처투자 결정을 총괄하는 미국식 파트너 중심의 운영체제로 급속히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털이 창투사·신기술금융사 등 주식회사로 이루어진 탓에 회사의 오너나 대주주 또는 이들이 선임한 전문 경영인에 의해 투자가 좌우돼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파트너제 도입은 벤처업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국내 최대의 창투사인 한국기술투자(대표 서갑수). 이 회사는 최근 「퍼스트벤처」 「리더스벤처파트너스」 등 두 개의 소회사를 설립, 그동안 벤처 1, 2부를 각각 관장했던 민봉식 이사·박동원 이사 등 시니어 파트너급 2명에게 투자·인사·자금조달 등에 이르는 전과정을 맡기는 한국식 파트너제를 전격 도입했다.

한국IT벤처 사장 출신의 연병선씨가 최근 설립한 연&벤처투자도 비슷한 케이스다. 국내 창투사로는 처음으로 상호에 실제 성씨(연)를 사용해 주목받고 있는 이 회사는 대표이사인 연 사장 스스로가 한 부문의 파트너인 것을 비롯해 핵심 파트너들이 독자적인 자금운용을 통해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하는 파트너 중심제로 출범했다.

중견 창투사인 인터베스트(대표 이태용)는 이태용 사장이 CEO 겸 경영관리 부문을 맡고 투자부문에 대해선 이 회사의 대표적 파트너인 정성인 부사장에게 일임했으며 파트너 중심제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7일 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공동대표제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미국 체이스그룹과 공동 조성한 인터넷 인프라펀드와 최근 조성한 까발로펀드 등 현재 운영중인 핵심 펀드 역시 해당 파트너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대폭 위임했다.

최근 일반 투자회사인 B사를 인수, 벤처캐피털시장에 가세한 선벤처파트너스(대표 전일선)도 테크노캐피탈 전무 출신의 이웅휘씨를 영입해 부사장 겸 파트너로 독립적인 투자부문을 맡기는 한편 전 사장 스스로도 CEO이자 대표 파트너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대형 펀드를 잇따라 결성하고 시니어 파트너급의 핵심 전문인력 3명을 보강한 밀레니엄벤처투자를 비롯, 신생 창투사들을 중심으로 일선 파트너들이 CEO나 오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소신있게 투자를 결정하는 파트너 중심제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벤처캐피털업체들이 해외 선진 벤처캐피털들과 전략적 업무제휴, 외자유치, 매칭펀드 결성 등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진 벤처캐피털시스템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며 『결국 이같은 파트너 중심제도는 벤처캐피털은 물론 벤처산업이 진일보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