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에서 배운다>9회-인터뷰-딕 램프먼 HP 연구본부 부사장 겸 중앙연구소 소장

『「복잡한 기능을 묶어 가장 단순한 상태를 창조하자」는 아인슈타인의 연구 철학이야말로 모든 다양한 사람·사물·장소를 연결해 원하는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한다는 쿨타운(Cool Town) 프로젝트의 근본 정신에 부합합니다.』

HP 연구본부 부사장으로서 중앙연구소 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딕 H 램프먼(Richard H Lampman)은 정보통신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긍정적인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서만 연구한다는 연구소의 「아집」의 출발을 고대 과학자의 연구철학에서 찾는다.

HP가 제2차 세계대전시 전쟁을 위한 연구개발 제의에 대해 과감히 거절한 것 또한 램프먼 부사장이 자부하는 HP 연구소의 신념. 「아무리 큰 이익이 눈앞에 놓여 있을지라도 의롭지 못한 일을 위해선 결코 연구하지 않겠다」는 신념이야말로 HP가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조(invent)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램프먼 부사장은 HP가 추구하는 창조정신이 기초 연구에서부터 발휘되고 있음은 물론 특히 모험적인 발상이 자유롭게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78년 팰러앨토의 중앙연구소에서 우연히 발견된 기술에서 시작된 잉크젯 프린터 개발은 HP가 자랑하는 창조정신이 연구개발에 접목된 예.

당시 이 연구소에서는 집적회로 응용을 위한 박막 필름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한 엔지니어가 박막 필름의 전기 자극에 대한 반응을 실험하기 위해 전기로 액체매체를 극도의 높은 온도(비등점 이상)로 데우자 필름 밑의 액체 방울이 사출된 것이다. 램프먼 부사장은 『「우리가 정교하게 이 액체의 분출을 조절할 수 있다면」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전환됐다』며 『이것이야말

로 창조정신이 구현된 극명한 사례』라고 자랑한다.

당시에도 대형 포장 상자의 주소나 레이블 등을 인쇄하는 산업체용 잉크젯이 존재하긴 했으나 조금 큰 글자를 인쇄하면 상태가 조잡해졌기 때문에 공업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기술을 응용하면 프린터를 소형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결국 인쇄하는 데 아주 적은 양의 전력이 소비되므로 생산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램프먼 부사장은 『HP가 세계 최대의 이미징 사업을 일구는 데는 바로 이런 단초에서 시작됐고, 이밖에 RISC 아키텍처, 개방시스템 접근법의 개발도 창의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세계 6군데 지역에 있는 연구소의 활동을 총지휘하고 있으며, HP의 현재 및 미래 사업에서 요구되는 첨단 기술 및 미래를 전망하는 새로운 기술 창조의 역할을 맡고 있다.

램프먼은 지난 71년 입사한 후 계측 및 컴퓨팅 사업에 걸쳐 경험을 쌓은 후 81년 연구소 근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HP 원천기술 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HP 내부 인물이 20여년간 핵심 연구분야를 두루 거쳐 결국 연구소 총책임자가 됐다는 점 역시 HP의 기술개발에 대한 연속성을 증명하는 사례다.

램프먼은 86년 계측시스템 중앙연구소 소장을 거쳐 88년부터 92년까지 컴퓨터시스템 중앙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당시 HP와 인텔이 공동 연구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IA-64의 근간이 되는 PA-Wide Word를 직접 지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에서 출생한 램프먼 부사장은 미 카네기멜론대학 전기공학과 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버클리대 전기공학 및 컴퓨터공학, UC데이비스 공대, 캘리포니아 멀티미디어 센터, 스탠퍼드 공대의 고문역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의 정부가 이끄는 국립과학기술 위원회에서 컴퓨터시스템 정책을 위한 CTO프로젝트에서 HP를 대표해 활동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 컴퓨터공학 연구소장 위원회인 ACM과 IEEE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약력>

71∼81년 HP 입사 계측 및 컴퓨팅 사업부

82∼86년 계측시스템 중앙연구소 소장

88∼92년 컴퓨터시스템중앙연구소 소장

92∼99년 HP 연구소 컴퓨터연구센터 소장

99∼현재 HP 중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