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버스터(clickbuster)를 아시나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대작 인터넷영화가 붐이다. 마우스를 또각거리며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는 영화지만 유지태·이정재 같은 신세대 청춘스타도 나오고 70㎜ 대형화면에서나 볼 수 있던 아슬아슬한 총격전과 폭발장면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인터넷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메가폰을 잡은 감독의 프로필도 화려하다.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스타덤에 오른 류승완 감독과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 「간첩 리철진」의 장진 감독 등 충무로에서 내로라 하는 연출가들의 이름도 올라있다.
이쯤되면 당연 제작비도 만만치 않다. 99년 말 한글과컴퓨터가 인터넷영화 「예카」를 선보일 때만해도 8000만원이라는 제작비에 대다수는 「돈많은 벤처는 다르군」하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억원을 넘어 10억원대를 육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오프라인 못지 않은 규모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처럼 인터넷영화의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일까.
인터넷영화 제작사들은 네티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인지도 높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과 인터넷영화만의 독창성을 살릴 수 있는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내달 초 개봉하는 인터넷 SF액션영화 「MOB2025」의 제작사 엔스크린(http://www.nscreen.com)은 6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이 작품에 쏟아 부었다. 이 회사는 제작비의 상당수를 유지태·이정재·최윤영 같은 스타급 배우를 기용하고 2025년의 미래가상도시 세트를 만드는 데 썼다. 인터액티브한 재미를 살리기 위해 작품과 연계한 게임을 개발하고 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후반작업을 진행하는 데도 꽤 많은 비용이 들었다. 이 회사는 이번 1편 외에도 후속편을 3편 더 만들 예정이어서 총 제작비는 20여억원이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6일부터 상영에 들어가는 SBSi(http://www.sbs.co.kr)의 팬터지 멜로물 「아미지몽」에는 약 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이은주·김정현·조승우를 기용하고 영화 장면속에 등장하는 상품을 클릭 한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PPL(Products in Placement) 전자상거래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인터넷영화 「예카2」를 기획중인 예카씨네닷컴(http://www.yecacine.com)은 주인공캐스팅 비용 등을 고려해 수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책정해놓고 있다. 또 최초의 인터넷 인터액티브영화 「영호프의 하루」로 유명한 네오무비
(http://www.neomovie.com)도 10억원대의 제작비를 들여 다큐멘터리 영화를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터넷영화의 대작화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자칫 「내용」보다는 「외형」에 치중하는 오프라인업계의 악습을 답습할 수 있다는 것. 이를테면 물량공세보다는 신선한 소재와 참신한 발상이 더 인터넷영화답다는 것이다.
씨네포엠(http://www.cine4m.com)과 류승완 감독이 제작한 「다찌마와 Lee」처럼 저예산에 무명배우로도 독특한 시각만 갖춘다면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이 가능한 것이 바로 인터넷영화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