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이 투자한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할 경우 등록 후 6개월간은 주식을 매각할 수 없다는, 이른바 「로크업(lock-up)시스템」으로 인한 후유증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상반기까지는 코스닥 시장이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조기 투자회수(exit)를 위해 다양한 편법을 사용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8일 벤처기업 및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신규투자를 위해 펀드 조성 등 투자재원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창투사·신기술금융사 등 벤처캐피털업체들이 투자회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로크업시스템에 묶여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로크업시스템에 걸려 등록 후 6개월간을 노심초사하기보다는 수익률은 낮더라도 등록 전에 미리 현금화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 투자기업 주식을 코스닥 공모 전에 일반법인이나 개인에게 매각하는 벤처캐피털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일부 창투사의 경우는 등록 전 주식명의를 차명으로 이전한 뒤, 등록 후 로크업시스템 장벽을 피해 곧바로 현금화하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창투의 한 임원은 『규정대로 로크업시스템을 지킬 경우 투자회수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증권·은행·투신·종금 등 로크업의 적용을 받지 않는 기관들이 미리 대량매도를 실시한 뒤여서 수익률이 형편없이 낮아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이같은 상황을 틈타 주간사를 선정, 코스닥 등록절차를 밟고 있거나 코스닥 등록이 임박한 미등록 벤처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벤처캐피털과 개인, 또는 일반법인간 중개역할을 하는 이른바 「부티크」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창투업종이 로크업시스템으로 인해 투자회수에 어려움이 많아지면서 창투사 등록을 추진했던 일반법인이나 개인들이 창투사 대신 일반 상법상 투자회사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창투등록을 추진하다 최근 일반투자회사로 방향을 바꾼 C투자회사 사장은 『지금처럼 「시장안정」이란 명분 아래 벤처캐피털만 로크업 적용을 받는 불합리한 제도 아래서는 창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차별적인 로크업의 적용은 각종 편법만을 양산하고 해당 벤처기업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벤처산업의 양대축인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에 불리한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더욱 심각한 후유증만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