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트워킹 시대가 되면서 스피드 경영·고객만족 경영·품질 경영·지식 경영 등의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런 조류에 맞춰 조직의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화의 도구로서 「핵심역량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핵심역량 경영의 대명사는 「아웃소싱」이다. 아웃소싱은 일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조직에 해당 업무를 위탁·운영하게 하고, 위탁 대상 조직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가상형태의 통합조직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동전화 단말기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3위를 자랑하는 에릭슨은 주력 제품마저 아웃소싱을 활용한다. 에릭슨은 스웨덴·미국·영국·브라질·말레이시아 등에 있는 주요 단말기 생산공장과 직원 4200명을 아웃소싱 전문업체인 P사에 넘기기로 했다. 연간생산 대수만 4300만대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에릭슨은 『결코 단말기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아웃소싱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에 좀더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아웃소싱 전략은 다양성과 신속성이 존재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웃소싱을 통해 주변 부품이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자사만의 핵심 기술을 부가해 완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또 마케팅 채널의 아웃소싱 및 유지보수, 고객 클레임 센터의 아웃소싱 등 외부에 위탁하는 사례가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아웃소싱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먼저, 아웃소싱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데서 발생하는 분쟁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웃소싱 체계에 대한 표준화가 미비해 아웃소싱을 하는 분명한 목적과 구체적 요구사항을 정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생기면 양자가 협의에 의해 해결한다」는 형태로 계약서상에 포괄적 사항을 정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형태의 업무 정의는 실행하면서 많은 의견차이가 발생한다. 계약서 상에 정의되지 않은 반강압적 서비스에 대한 요구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두번째 아웃소싱을 요구하는 조직과 수행하는 조직간에 수직적 주종관계가 형성되는 듯한 인식의 문제다. 얼마전 같은 회사의 동료였지만 아웃소싱 업체로 분사해 나가면 하청업체나 자회사 임직원으로 취급된다. 당연히 임직원들의 근무의욕이 저하되면서 일할 맛 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따라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근무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번째 아웃소싱 요청 업체와 수행업체와의 조직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이질적인 조직문화에 따른 조직원간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상대방 입장보다는 자기 입장에서 판단하는 일들이 많아 오해와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에 대한 대응과 서비스의 질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고객에게 주는 서비스의 품질은 「조직 전체가 같은 품질을 제공할 때 고객이 만족한다」고 볼 수 있다. 10가지 서비스 중에 9가지를 잘하고 한가지만 못하게 돼도 고객은 「못한 서비스」로 인식해 버린다. 아웃소싱 업체는 고객사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직문화의 차이나 모회사·자회사간의 갈등으로 종업원들이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서비스에 소홀하게 된다. 자연히 고객의 불만이 가중되면서 고객 이완현상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우수한 인재를 잃어버리는 인재리스크 현상이 발생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아웃소싱 요청업체와 수행업체 모두 「사람중시」의 경영전략을 새롭게 짜야한다. 아웃소싱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주고 받는 서비스의 수준을 정의하는 SLA(Service Level Agreement)를 일상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아웃소싱 조직간의 수평적 파트너십 관계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강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