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절친한 이성친구가 있다. 둘은 성격도 잘 맞고 취미도 같고 그야말로 서로에게 완벽한 짝이 될 것만 같다. 게다가 둘이 한 집에 살게 된다면.
여기까지는 평범한 멜로 드라마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이 동성연애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케이블TV 영화채널 OCN에서 새로 선보이는 미 외화 시리즈 「윌&그레이스(월 밤 8시)」는 이같은 독특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물이다.
남자 주인공 윌 트루먼은 맨해튼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로 남성으로서의 매력도 넘치는 인물. 여주인공인 그레이스 애들러 역시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세련된 직업에 미모를 겸비한 여성이다.
둘 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고 밤새워 포커치는 것을 즐기는 등 별난 취미를 선호하는 오랜 친구 사이인데다 현재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한쌍은 윌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연인 관계가 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맺어질 수 없는 인연 운운했다면 신파조로 흐를 뻔 했겠지만 이 드라마는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어떻게든 결국은 애정관계에 휘말리게 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연인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한 두 남녀간의 새로운 인간관계를 담담하게 풀어나감으로써 유쾌함을 자아내고 있다.
그레이스의 인생 상담자를 자처하면서 그녀의 삶에 사사건건 끼어드는 업무 보조자 카렌과 괴팍하기 그지없는 윌의 친구 잭도 감초 연기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편안하게 느껴질 만큼 성에 대한 편견이 희석된 미국이 아닌 국내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남성간의 동성애를 다시금 본격적인 논쟁의 장으로 끌어내고 있는 한국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최근 상영 기간을 연장한 가운데 사뭇 그 결과가 기대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