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영화 마니아를 위한 케이블 봄 개편

『또 액션 영화야.』

주말마다 TV를 켜는 시청자들은 일요일 기분을 내거나 시간 때우기용으로 언젠가 한번은 본 적 있는 액션물 또는 철 지난 가족 영화를 보기 일쑤다.

비디오 대여점을 찾는다 해도 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작품들을 만나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

이들에게 봄과 함께 찾아온 케이블 채널의 신규 프로그램들은 봄나물처럼 신선하고 상큼하다. 코미디에서부터 성인물·패러디·영화 가이드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유난히 많은 영화 블록이 선보이는 이번 봄 단장은 특히 영화 마니아들을 겨냥한 종합 선물세트를 연상케 한다.

코미디TV의 3월 개편은 주성치 마니아를 위한 퍼레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 배우 주성치는 대중적인 인기뿐 아니라 열렬한 마니아팬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로 유명하다. 정통 무협 코미디인 「개세호협(수·목 오후 1시)」은 그가 본격적으로 코미디물에 입문하기 시작한 시절의 작품.

이 작품 이후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콤비를 이뤄 홍콩 영화계를 주름잡은 오맹달의 연기도 폭소를 자아낸다.

매주 한편씩 홍콩영화를 엄선해 보여주는 「호호시네(토 밤 10시)」는 17일부터 한달간 「주성치 스페셜」을 선보인다. 특히 첫회 방영되는 「식신」은 한 요리사의 슬프면서도 코믹한 인생역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홍콩 개봉 첫 주에만 20억원에 가까운 흥행기록을 세운 인기작이다.

모든 패러디 영화를 흥행시키고야 마는 주성치인 만큼 짐 캐리의 「라이어 라이어」를 본뜬 「산사초」와 「홍콩레옹」도 빼놓지 않고 방영된다.

『왜 성인영화는 유료채널에서만 볼 수 있을까』라는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늦은 밤 OCN에 채널을 고정시키자.

매주 금요일 밤 12시부터 문을 여는 에로영화 블록 「성인전용관」은 그 첫 시리즈로 잘만 킹 감독의 「레드슈 다이어리」 TV시리즈를 선택했다. 「나인 하프 위크」 「와일드 오키드」 등 끈적끈적한 정사신보다는 고감도 영상과 독특한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감독의 작품인데다 「X파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데이빗 듀코브니가 출연해 더욱 관심을 끈다.

때론 영화 자체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 길라잡이 프로그램들도 다수 채널에서 눈에 띈다.

「영화 보기 전에(월 오후 2시)」는 여성 채널 SDNTV가 새롭게 편성한 영화 가이드 프로그램이다.

개봉영화 소개나 영화음악 등 평범한 코너들 외에 극장 개봉에서 흥행에 참패한 작품들 중 수작을 찾아내 추천해주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OCN의 「숨어있는 걸작여행(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밤 12시)」은 이보다 더 깊숙이 작품을 해부한다. 25일 첫 방영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어비스-감독판」에서는 개봉 당시 상업적인 이유로 삭제됐던 내용들은 물론 쉬운 감상 포인트가 곁들여진다.

유명 영화의 명장면들을 모아 한 편의 코믹영화로 엮어낸 코미디TV의 「촌티 시네마(월 밤 11시)」는 패러디의 참맛인 역설의 미학을 살린 자체 제작물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