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디지털 딜레마

내셔널 리서치 카운슬 지음, 임원선 옮김, 한울아카데미, 1만9000원

음악 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인터넷 음악사이트 냅스터(http://www.napster.com)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전세계는 디지털 저작권에 대한 논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냅스터인 「소리바다」를 두고 음악 저작권 단체들과 서비스 업체간에 밀고 당기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연구평의회(National Research Council) 산하 「지적재산권과 정보기반위원회」에서 발간한 『디지털 딜레마-정보화시대의 지적 재산권」을 번역한 역자는 서문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지적재산과를 거쳐 현재는 국립국악원 국악진흥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역자는 직업상 희귀한 음원이 필요했으며 한번은 강의에 쓰기 위해 아마존닷컴에서 음악 CD를 주문했다. 하지만 배달이 늦어졌다. 강의 날짜는 다가오는데 주문한 CD는 배달이 되지 않자 역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부탁을 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 다녔지만 허사였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냅스터를 찾았다.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10분 정도 걸렸고 필요한 목록을 검색해 다운받는 데 10여분 등 20분 만에 원하는 음악 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2달여동안 찾아 헤맨 자료를 20여분 만에 찾아내고 나니 좀 허탈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역자는 적고 있다.

이처럼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모든 정보와 콘텐츠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유포되는 정보화시대에서 지적재산권 문제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인식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인쇄된 책은 한번에 한두 사람에 의해 접근될 수 있는데 이들은 당연히 책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같은 책을 전자적인 형태로 제공하게 되면 전화가 있어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지구상의 어느곳에서든 동시에 그 책에 접근할 수 있다.』 서적은 물론 음반, 영화,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저작물이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배포되는 요즘의 환경은 소비자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동시에 문제를 제공해준다. 무엇보다도 창작자와 출판사들이 창작 의욕과 동기를 갖을 정도로 디지털 저작권을 보호·통제하는 동시에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들이 좀더 쉽고 편하게 정보에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저자들은 이 문제를 정보화시대의 디지털 딜레마로 보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황금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설들력 있게 펼쳐 나간다.

연구보고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이한 문체로 설명하고 있어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딜레마의 배경이 되는 기술적 추이를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저작권과 관련된 최근의 논의까지 거의 빠짐 없이 다루고 있다. 디지털 저작권의 비즈니스 모델, 암호화, 대중 시장의 라이선스, 도서관에서의 디지털 정보의 보존 등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이에 대한 처방까지 내리고 있다.

이 책의 역자는 『1995년 미국 정보 기반 태스크포스의 백서 「초고속통신망과 저작권」 이후 디지털 기술이 야기한 저작권 문제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결과라고 할 수 있다』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같은 논의가 진행중임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지극히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