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 Up]하드디스크의 성능을 개선하는 유체 베어링 모터

사진; 베어링을 사용한 시게이트의 하드디스크.

하드디스크의 내부를 살펴보면 은색 원판이 있다. 이 원판은 표면에 마그네틱 처리를 해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래터다. 이 플래터가 회전하면서 헤드가 데이터를 읽게 된다. 플래터의 회전이 빠르고 안정적이면 데이터를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플래터의 회전을 담당하는 것이 모터다. 특히 모터에서는 베어링이 중요하다. 만일 베어링이 회전 속도를 이기지 못하면 모터에 이상이 생겨 하드디스크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최근 하드디스크의 모터에 사용되는 베어링에 유체 기술이 적용되는 움직임이 보인다. 기존 베어링은 볼 베어링 방식이다. 볼 베어링은 말 그대로 볼을 이용해 모터 회전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보통 볼 베어링에는 8개에서 12개의 볼을 사용한다.

최근 하드디스크 속도는 1만rpm을 넘어서 1만5000rpm급까지 개발됐다. 즉 분당 플래터가 1만5000번 회전한다는 말이다. 볼 베어링으로는 이렇게 빠른 회전을 안정적으로 해내기 어렵다. 따라서 보다 안정적인 데이터 보호와 빠른 데이터 읽기를 위한 유체 베어링이 주목받는 것이다.

유체 베어링은 볼이 없다. 그 대신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 1보다 더 가는 윤활유 층이 마찰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마치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 타이어와 쇼크옵서버가 충격을 흡수해 승차감을 좋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무래도 금속과 금속이 접촉하는 볼 베어링보다는 부드러운 윤활유를 사용한 유체 베어링이 마찰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다.

유체 베어링의 두번째 장점은 소음이 적다는 것이다. 볼 베어링의 경우 모터 속도를 두 배로 높이면 소음은 4배로 늘어난다. 보통 7200rpm급 하드디스크의 소음은 데이터를 읽지 않을 때 30㏈, 데이터를 읽을 때 35㏈ 정도다. 따라서 1만5000rpm으로 하드디스크 속도가 빨라지면 소음은 60∼70㏈로 높아진다. 이 수치는 보통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 정도로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매우 큰 소리로 들리게 된다.

이에 비해 유체베어링은 25㏈ 정도의 소리가 난다. 이것은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최근 하드디스크의 용도가 컴퓨터뿐 아니라 개인용비디오리코더(PVR) 등의 디지털 가전에 적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하드디스크의 소음 문제 해결은 매우 중요하다.

또 하나 유체 베어링의 장점은 충격 흡수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다가 외부의 충격이 있을 때 볼 베어링 모터에 들어있는 볼이 서로 밀고 들어가 작은 골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골이 모터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하드디스크를 손상시키게 된다. 보통 볼 베어링이 흡수할 수 있는 충격은 150가우스 정도다. 반면 유체 베어링은 모터의 작업 부분이 윤활유 층에 의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 1200가우스까지 충격에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하드디스크가 노트북 등 휴대형 장치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충격 흡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유체 베어링은 볼 베어링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비용 문제다. 아직까지 유체 베어링은 볼 베어링에 비해 생산비가 2배 정도 비싸다. 이러한 비용 문제는 볼 베어링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된다. 이 문제는 유체 베어링의 대량 생산이 해결책이라고 판단된다.

또 다른 문제는 윤활유의 누수 문제다. 하드디스크는 매우 정밀한 장치기 때문에 윤활유가 새면 다른 부품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체 베어링 기술이 크게 발달돼 누수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전해진다.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윤활유가 증발하는 문제도 새로운 윤활유 물질의 개발로 개선됐다. 최근의 유체 베어링은 섭씨 100도에서 6개월간 쉬지 않고 작동시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