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을 넘어 2050>이경복:최수현

일명 사오정전화기로 불리는 초소형 핸즈프리전화기가 인기몰이한 이후 겨울 가뭄처럼 한동안 이렇다 할 얘깃거리가 없던 전화기 관련 시장에 반가운 봄비가 내렸다.

다음달 1일부터 실시되는 발신자번호표시(콜러 ID, CID)서비스를 앞두고 CID기능을 갖춘 전화기나 기존 전화기에 연결하는 CID단말기에 대한 수요가 제법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CID단말기는 전화기업체뿐 아니라 교환기술·전송기술을 가진 통신장비업체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춘설이 내린 어느 날 CID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는 중소업체인 다인텔레콤과 도아일렉콤의 대표를 함께 만나봤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재를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 자리를 빌려 선배님께 한 수 배울 요량입니다.』

이경복 다인텔레콤 사장(35)이 먼저 말문을 열며 CID단말기 출시와 동시에 일반 소비자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 소감을 밝혔다.

최수현 도아일렉콤 사장(46)은 『신생 회사지만 기술력이 높다는 소문을 평소에 많이 들어 이 사장을 진작에 만나뵙고 싶었다』고 화답했다.

다인텔레콤은 97년 설립돼 홈PNA, VDSL 등 네트워크 장비를 전문으로 주로 통신사업자나 기업시장에서 활동해 왔다.

이에 비해 도아일렉콤은 이미 지난 98년 핸즈프리전화기를 개발한 경험이 있어 소비재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잔뼈가 굵은 편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공통의 관심사인 다음달부터 시작될 CID서비스로 옮겨갔다.

『저는 95년부터 정통부에 CID서비스를 건의해 왔습니다. 통신사업자에게 수익성보다는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검토를 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습니다.』

최수현 사장은 이어 「전화를 받는 자유」를 역설했다. 『전화를 거는 자유는 보장돼 있지만 그간 받는 쪽의 자유는 없었지요. CID서비스나 제품의 기본 콘셉트는 받는 쪽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최 사장은 늦은 밤 전화폭력에 시달렸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CID단말기가 가정용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감했다.

『저는 가정용보다는 비즈니스용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사생활보호나 전화폭력 방지라는 측면도 있지만 발신자의 정보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비즈니스가 무궁무진할 걸로 봅니다.』

이 사장은 주문배달업소나 통신판매업체에서 CID에 대한 호응이 높을 것으로 보고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단말기 개발에 애로사항이 없었는지 질문을 던져봤다. 『95년부터 홍콩이나 미국에서 자료를 수집해 교환기 기술을 이용해 단말기를 연구해 왔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전송장비만 개발했던 터라 교환기 프로토콜에 대해 기술적으로 몰라서 많은 고생을 했지요.』

최 사장은 『5년 넘게 연구했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며 겸손을 표시했다.

『저희는 지난 99년 말부터 CID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한국통신 망 고도화작업에 참여하면서 교환기에 들어가는 하드웨어와 ASIC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99년 당시 개발한 DSP(Digital Signal Processor)칩 기술을 바탕으로 CID칩과 단말기 개발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개발을 좀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단말기가 아니라 칩 공급업체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이 사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 사장은 『솔직히 영업이나 마케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최 사장에게 「한수」 요청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것 그리고 소비자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주는 게 마케팅의 포인트죠.』

최 사장은 무조건 구매를 강조하는 전략보다는 소비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에 대해서도 최 사장의 각오는 흔들림이 없다.

『소비재시장에서 (대기업 우월론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일단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해서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도아일렉콤은 브랜드로서의 입지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중소기업으로서 다인이나 도아는 제품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해외사례도 많지만 국내에서도 쿠쿠라는 밥솥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쿠쿠를 만드는 성광전자를 모르지만 쿠쿠라는 밥솥은 대기업이 만드는 제품을 제치고 상당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요. 도아는 도아라는 기업브랜드보다는 CID단말기 상품 자체를 먼저 알리는 데 주력할 작정입니다.

기업이미지보다는 제품으로 우뚝 서겠다는 두 사람은 중소업체끼리 협력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자며 두 손을 굳게 잡았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이경복 다인텔레콤 대표 약력

△91년 숭실대학교 전자계산학과 졸업

△91∼94년 한화정보통신 TDX 개발팀

△94∼97년 현대전자 CDMA ASIC 프로토콜 개발팀

△97년 11월 다인텔레콤 창업

*최수현 도아일렉콤 대표 약력

△81년 광운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85년 고려정밀 연구개발실

△89년 상도전기 통신사업부

△92년 보인전자 통신사업부

△93년 도아전자통신(현 도아일렉콤)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