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표준 중 14%만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규격에 부합되는 등 국제표준에 대한 한국 기업·정부의 인식과 대응이 너무 미흡하다는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10일 내놓은 「정보기술산업과 표준경쟁」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표준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시장을 독점하지만 패배한 기업은 퇴출되거나 군소기업으로 전락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연구소는 한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8만건 이상이지만 국제표준과 관련한 것은 1∼2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표준과 관련한 기본특허가 거의 없어 외국기업에 높은 기술료를 지급하고 있으며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제품은 특허료가 매출액의 10% 이상에 이른다고 밝혔다.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21세기는 네트워크와 디지털 시대인 만큼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표준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는 표준을 주도한 기업 3∼4개만이 생존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례로 미국의 모토로라는 이동통신 부문의 최강자였지만 유럽방식(GSM)이 사실상 표준으로 되면서 노키아 등에 선두자리를 내줬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표준을 장악하거나 최소한 주도그룹에 속하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아울러 표준장악을 위한 조기출시, 대형고객 확보, 공격적 마케팅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표준관련 정보를 조기에 입수하고 동향을 치밀하게 추적하는 한편 국제표준기구나 관련 컨소시엄에 적극 참여해 발언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표준관련 국제기구와 회의를 국내에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관련 전문가 양성과 함께 국내 규격을 세계표준으로 개편하는 한편 △표준관련 정보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적으로 표준을 정립·심화해 경제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보고서가 분석한 각 IT분야별 표준경쟁 양상이다.
△무선인터넷=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브라우저를 둘러싸고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NTT도코모(i모드), 마이크로소프트(ME) 등 3개 그룹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중 WAP은 참여 업체들이 세계 휴대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등 다양한 업체들의 지원과 참여에 힘입어 사실상 업계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NTT도코모는 일본에서의 i모드 성공을 기반으로 외국진출을 모색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PC의 OS경쟁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WAP의 단점을 보완한 ME를 통해 시장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디지털TV=미국의 ATSC, 유럽의 DVB, 일본의 ISDB 등 3파전 양상이다. 일본은 지난 86년 세계 최초로 HDTV의 실험방송에 성공, 이를 세계표준 방식으로 제안했으나 실패했다. 미국은 90년대 초 제너럴인스트루먼츠가 완전 디지털 방식의 차세대 TV를 표준으로 제안함에 따라 93년 ATSC방식의 표준을 제정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유럽은 93년 DVB 포럼을 조직해 97년 DVB-T를 표준으로 채택했다. 이들 3개국의 표준경쟁은 아직 진행중이다.
△PC운용체계=MS의 윈도와 리눅스가 양대 산맥이다. PC가 등장한 초기에는 IBM의 MS DOS가 표준으로 정착되는 듯 했으나 92년 MS가 새로운 OS인 윈도 3.1을 발표하면서 주도권이 MS로 넘어갔다. 이후 MS는 윈도 95 및 98을 통해 OS시장을 독점했다. 그러나 최근 핀란드에서 개발한 리눅스가 개방형, 무료 OS임을 내세우면서 MS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PC의 OS에서는 리눅스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나 대형 시스템 분야에서는 리눅스의 채택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VD=초기에 소니와 필립스는 CD표준을 기반으로 거대한 CD패밀리군을 형성하면서 DVD표준 제정에 우위를 점했으나 도시바와 마쓰시타 중심의 컨소시엄이 「Super-Density Disc」를 제안하면서 소니 진영을 압박했다. 이후 양 진영이 독자적으로 상품화를 추진할 경우 DVD의 상용화가 지연될 것이라는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지적에 따라 양 진영은 DVD 규격통일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존 비디오테이프의 시장잠식이 가속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장관진기자 bbory5@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