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추진하는 차량용 통합정보운영센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최종사업자 선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주전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IBM·LGEDS시스템·현대정보기술·한국오라클 등 대형 정보기술(IT)업체들은 현대자동차가 최종 결정을 계속 연기하는 배경과 앞으로 나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수주전 결과는 향후 「텔레매틱스」라 불리는 차량용 정보시스템 시장의 주도권은 물론 그룹계열 분리로 새로운 정보화 계획을 수립 중인 현대·기아자동차의 향후 IT 전략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된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자동차가 IBM·HP·MS 등을 상대로 특정 솔루션 공급에 관한 별도의 기술제안 설명회를 가짐으로써 향후 진행될 차량용 정보시스템사업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유력 IT업체의 대거 참여 ● 현대자동차의 이 같은 행보는 정보시스템 구성을 전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1개 회사를 주관사업자로 선정하되 텔레매틱스센터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인 솔루션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말하자면 차량용 정보시스템 관련 솔루션을 보유했거나 사업 의지를 지닌 국내외 유력 IT업체들을 대거 끌어들임으로써 대형 정보사업 투자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고 내부적인 IT 역량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주관사업자로 시스템통합(SI)업체인 LGEDS시스템을 선정하고 한국IBM이 보유한 무선 솔루션인 「WES(Websphere Everyplace System)」의 주요 모듈과 오라클·HP·MS 등 전문 IT업체의 제품들을 다양하게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자동차가 LG텔레콤 무선망을 텔레매틱스센터 운영을 위한 기본망으로 이미 확정해 놓은 상태에서 IBM을 포함해 HP·MS 등을 상대로 특정 솔루션 공급에 관한 기술설명회를 따로 가졌다는 사실이 이를 뒤받침한다.
또한 오라클도 최근 현대자동차와 DB 제품 사용에 관한 볼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번 차량용 통합정보운영센터의 기본 DB시스템으로 자사 제품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주 특정 솔루션 공급에 관한 설명회를 가진 HP와 MS의 차량단말기용 무선 솔루션인 「CHAI」 및 각종 콜센터 관련 기술 도입도 예상된다.
또한 이번 사업 수주전에서 한국IBM과 컨소시엄을 형성한 차량항법장치(CNS)용 지도제작업체인 만도맵앤소프트와 실시간 교통정보서비스업체로 LGEDS시스템과 연합한 로티스의 사업 참여도 확실시된다.
◇그룹으로부터의 IT사업 분리 ● 이번 현대자동차 통합정보운영센터 프로젝트의 사업자 구성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내용 중의 하나가 자동차 시스템관리(SM)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대정보기술의 사업 참여 여부다.
현대정보기술은 현대그룹 계열사인 데다 자동차부문 SM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자동차 프로젝트 참가를 강력히 희망해왔다. 현대자동차가 다른 그룹사 계열 SI업체를 주사업자로 선정할 경우 현대그룹 내 다른 신규 정보화사업에서 현대정보기술이 차지하는 위상은 물론이고 대외 SI영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들은 『현대자동차가 최초 사업 제안 과정에서 현대정보기술을 제외한 IBM·LGEDS시스템·오라클 등 3개사만을 대상으로 제안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현대정보기술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현대자동차는 이번 통합정보운영센터 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지난해 현대정보기술로 이관한 내부 시스템 관리인력을 본사 또는 IT 관련 자회사로 복귀시키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텔레매틱스와 유사한 TSD(Total Service for Driver)사업을 추진 중인 SK그룹과의 제휴와 교통 및 물류부문 정보사업을 위한 LG그룹과의 다각적인 협력방안도 모색 중이다.
따라서 이 같은 현대·기아자동차의 행보는 무선인터넷부문 신규시장을 겨냥한 대형 그룹사들간의 합종연횡과 자동차부문 정보사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대형 IT업체의 출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