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게임개발사가 다음달 출시할 정품 게임CD 100만장을 무료로 배포한다는 새로운 마케팅을 펼쳐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부산 지역의 대표적 게임개발사인 밉스소프트웨어(대표 박만규 http://www.mips.co.kr). 이 회사는 2년여 동안 15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대작 PC게임인 아마게돈 CD 100만장을 다음달 19일 전국에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아마게돈」은 만화가 이현세씨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개발한 전략시뮬레이션게임으로 제작 초기부터 마니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던 작품이다.
밉스는 개발비만 15억원이 투자된 대작을 무료로 배포키로 하고 최근 온세통신과 공동 프로모션을 위한 업무제휴를 맺었다. 「아마게돈」의 이니셜을 딴 「A-프로젝트」라는 이 마케팅에 양사는 공동으로 5억원 상당을 투입해 게임CD 100만장을 온세통신 대리점과 이벤트 부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다.
이같은 마케팅을 통해 양사는 청소년이 주 고객인 PC게임 「아마게돈」과 초고속통신망 「신비로 샤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전략이다.
하지만 최소한 4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는 정품 게임을 그것도 출시 초기부터 무료로 배포한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파격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밉스는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아마게돈을 인터넷 네트워크 게임으로 즐길 때 필요한 ID를 판매해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밉스의 서석빈 이사는 『네트워크 대전 ID는 온라인게임과 같이 매달 과금되는 것이 아니라 한번 구입하면 평생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라며 『가격을 5000∼1만원선으로 책정해 비교적 용돈이 부족한 청소년도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밉스 측의 계산에 따르면 게임CD를 받은 사람 10명 중 2명만 네트워크 대전 ID를 구매하면 총 투자비 20억원(1만원×20만명)을 건지는 셈이다. 여기에다 밉스는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아마게돈」의 해외수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며 게임이 인기를 끌 경우에는 캐릭터 사업 등에도 나서 수입원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밉스의 이같은 전략은 기존 유통채널에서 대접받지 못한 국산게임 업체의 고육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배급업체들은 라이선스 계약에서 국산제품의 경우 2만장 이상을 개런티로 지불하는 경우가 드물어 밉스 측의 입장에서는 개발비도 못 건지는 배급계약 대신에 무료배포를 결정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한 업계는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고 네트워크 대전 서비스를 유료화해 수익을 올린다는 밉스 측의 사업모델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아마게돈의 개발비와 CD 제작비 등에 약 20억원이 투입된데다 온라인 서버 구축에도 추가비용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어떤 형태의 마케팅도 투자비를 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게임 소비자들의 정품 구매의욕을 감소시켜 게임시장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밉스의 서석빈 마케팅 이사는 『국내에서 인기있는 외산게임은 높은 로열티로 가격이 4만원을 호가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번 무료배포로 PC게임의 수익을 CD판매가 아닌 온라인 접속에서 얻을 수 있다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게임CD를 지급받은 게이머들이 아마게돈을 많이 즐기게 되면 궁극적으로 게임유저를 확대하고 국산게임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 무료배포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들고 나온 밉스의 전략이 업계의 부정적인 관측을 깨고 새로운 배급형태와 수익모델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