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용산 조립PC업계가 판매부진, 이윤감소,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선 전자상가의 조립PC업체들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하루 조립건수가 평균 10여건에 달했지만 올들어서는 3∼4건으로 줄어들었다. 영세업체의 경우는 더욱 심해 하루 한 건 조립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이같은 판매부진 현상은 최근 검경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과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가격 공개로 인해 이윤이 거의 없어진 것도 조립PC업체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용산 선인상가에서 조립PC 매장을 운영하는 L사장은 『예전에는 100만원짜리 한 대를 조립하면 10만원 정도의 이윤을 남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모든 부품의 가격이 적나라하게 공개돼 3만∼5만원의 이윤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며 『인건비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곧이 곧대로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부가가치세까지 낸다면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가뜩이나 썰렁한 전자상가의 경기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단속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아예 쇼핑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
상인들은 『진작부터 용산 조립PC업체들은 운용체계를 탑재하지 않은 깡통PC를 판매하고 있어 단속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며 『가뜩이나 매기가 부진한데 소프트웨어 단속으로 상가가 더욱 침체되고 있어 처벌을 위한 단속은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립PC 매기가 줄어들고 이윤도 줄어들자 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들과 상담하면서 처음부터 부품가격을 완전히 공개하는 대신 조립비로 3만∼4만원을 받고 있다. 또 PC조립만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조립PC만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은 거의 사라졌으며 모니터·프린터 등 주변기기를 함께 판매하거나 자가조립 시장을 겨냥해 단품판매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전업하는 이들도 크게 늘어 3월이면 대개 매장이 모자라고 임대료도 오르게 마련이지만 매장매물도 꾸준히 나오고 폐업 및 신장개업이 잇따르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