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 비상경영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가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되자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에 잇따라 돌입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단순한 원가절감 운동만으로는 당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최근 초비상사태를 선언, 전임직원을 동원하는 극한 경영혁신 운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최근 「2·4·6」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불필요한 비용 삭감과 생산공정 개선 등을 통해 원가구조를 64M D램은 2달러, 128M D램은 4달러, 256M D램은 6달러에 맞춘다는 것으로 지난해까지 추진했던 「2·5·0」운동(128M D램은 5달러, 256M D램은 10달러)에 비해 강도를 높인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또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채산성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점을 감안, 애초 올초로 예정했던 5세대 TFT LCD 라인(1100×1250) 신설계획을 하반기 이후로 늦추는 한편 부서별로 가격하락에 대응한 원가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반도체사업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채산성이 악화된 LCD사업부문을 조기매각하기로 하고 당초 일괄매각에서 TFT LCD와 보급형(STN) LCD 분할매각 방침으로 바꿔 매각을 추진중이다. 또 반도체부문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 보안투자 외에는 설비투자 중단과 협력업체 축소, 구매비용 삭감 등 고강도 비상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브라운관의 가격하락에 대응해 「비용지출을 수반하는 기안시 세번 생각하며 꼭 기안해야 할 경우 비용을 30% 줄이고 효과는 300% 이상 거두도록 한다」는 「3·3·3」운동을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또 이 운동과 병행해 6시그마운동을 가속화해 올해 해외법인 1000억원을 포함해 총 3000억원의 원가를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디스플레이사업본부는 올들어 「비상경영 100일 작전」에 들어가 다음달 중순까지 강도 높은 혁신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사업부 단위로 4∼5명씩의 조를 편성해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공장 안을 돌면서 낭비요소를 적발해 제거하는 「패트롤」팀을 운영하고 있다.

LG필립스LCD는 시장상황에 맞는 전략(moving plan)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시황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다고 보고 생산재료비에서부터 부서운영비에 이르기까지 비용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극한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자체 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장비 및 부품, 소재·재료 등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원가혁신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비상경영 체제는 협력사로 번져갈 전망이다.

한 디스플레이업체 관계자는 『최근 원가를 위협할 정도로 떨어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가격을 회복시킬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서서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