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산자부의 「B2B 시범사업 업종 확대사업」을 이용해 난립해 있는 B2B e마켓 시장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산자부가 추가로 선정하는 B2B 확대사업에서 사업권을 획득, 국내 업종별 e마켓에서 「대표성」을 얻고자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말로 마감된 사업 신청결과를 보면 계측기기·여행·배관자재·비디오·인쇄처럼 기존 업종에서 보다 세분화된 「소업종」 틈새시장에 기존 대형 e마켓이나 e마켓을 추진중인 대기업들의 참여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건설 e마켓을 추진중인 현대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을 비롯해 플랜트기자재 e마켓 분야의 SK 외 27개 업체, 현대·기아자동차가 이미 설립한 오토에버닷컴, MRO 분야의 엔투비, 삼성물산의 사업 화학e마켓 신청 등이 대표적인 예.
현대건설 컨소시엄이나 SK 컨소시엄은 지난 한해 e마켓 구축을 두고 오랜 논의를 진행했음에도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를 「호기」로 여기고 있다.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국내 e마켓의 대표성을 동시에 가지며 사업 추진에 힘을 얻기 때문에 이미 출발한 동종업계 e마켓과의 경쟁에서 역전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기대다.
이미 켐크로스라는 대규모 화학 e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야심은 더 크다. 화학 분야에 벌이고 있는 크고 작은 사업을 이번 기회에 하나로 아우른다는 전략. 삼성물산의 화학 EC사업은 켐크로스 외에도 화학 내수거래 분야의 아이켐넷(http://www.ichem.net), 범용납사 포털인 EOSN(http://www.eosn.com), 화학정보 사이트인 폴리모월드(http://www.ploymerworld.com) 등이 있다. 특히 경쟁관계에 있는 SK글로벌과 LG상사가 주도한 켐라운드와 비교되는 결정적인 차별화 요인을 확보하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엔투비의 신청 이유도 주목받는다. 엔투비는 포항제철을 내세워 대기업이 주도하는 MRO e마켓 중에서 유일하게 MRO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엔투비는 MRO가 업종 분류 체계에서는 다소 어긋나지만 국내 e마켓 활성화의 중심에 있는 만큼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내심으론 무주공산인 국내 MRO e마켓의 주도권을 잡자는 포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오토에버닷컴 역시 대기업들이 잇따라 들어오고 있는 자동차 e마켓보다 우위에 설 기회를 노리고 있다.
대기업들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EC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에 대기업이냐 아니냐 하는 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는 데 반해 다른 쪽에서는 결국 대기업들의 잔치가 된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나타내고 있다.
산자부 EC과는 현재 심사위원회를 구성,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11개 업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