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많은 봄철, 이 집 저 집 집들이를 가다 보면 가져갈 선물이 마땅찮다는 것이 늘 짜증스럽다. 그렇다고 매번 세제나 휴지 혹은 과일바구니를 들고 가기도 민망하다. 주는 사람도 뿌듯하고 받는 사람도 반가운 선물이 뭐 없을까.
최근 들어 신혼선물 1순위로 꼽히는 것이 소형가전제품이다. 두고 두고 쓸 수 있는 실용적인 선물인데다 가격 부담도 없기 때문. 결혼정보 전문사이트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소형가전제품이 받고 싶은 결혼선물 1위로 올라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품목은 주방생활가전이 적당 ● 그러나 소형가전이라고 모두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아무거나 선물했다가는 주고도 욕먹는 일이 발생한다. 가장 적당한 것은 새색시가 불편함과 어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게 되는 부엌과 식당에서 자주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당연히 주방가전과 생활가전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올봄 신혼부부에게 결혼 축하선물로 선사하기에 적당한 소형가전제품으로는 가장 먼저 다리미를 꼽을 수 있다. 곧 다가오는 여름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빨랫감이 갑자기 늘어난다는 점이다. 여름에는 습기가 많아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말려도 눅눅하기 십상이므로 다리미로 습기를 제거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름철 살림살이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품목이므로 봄에 결혼하는 부부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그 다음은 커피메이커. 한창 달콤한 기분에 깨가 쏟아지는 신혼부부는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으로도 사랑이 깊어갈 듯. 향긋한 커피 향기로 집안 분위기도 바꿀 수 있으므로 3∼4인용의 작고 깜찍한 커피메이커를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
진공청소기도 상위에 랭크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560W급 청소기가 아니라 구석에 세워두고 수시로 꺼내 쓸 수 있는 충전형 소형제품이 적당하다. 좁은 집일수록 정리가 안되고 먼지가 구석구석에 굴러다니기 쉬운데 그때마다 큰 진공청소기를 끌고 다니기는 번거롭기 때문이다. 혼수로 구입하기에는 적당치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므로 선물하기에 알맞다.
주서믹서도 주방기기로 환영받고 있지만 요즘에는 일반적인 형태의 주서나 믹서는 인기가 없다. 다용도 조리기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다양한 기능의 복합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고가이므로 일명 「도깨비 방망이」로 불리는 간편제품을 선물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방생활가전 외에 선호도가 높은 제품이 카메라다. 신혼시절의 추억을 기록하기에 사진만큼 적당한 것이 드물다. 캠코더나 디지털카메라 등은 선물하기에는 부담스럽고 35㎜ 콤팩트 카메라나 즉석카메라 등을 준다면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색깔과 용량도 중요 ● 품목을 선택한 다음에 고려할 것은 신혼집 분위기에 맞는 색깔로 골라야 한다는 점. 집안은 아이보리톤인데 청소기가 새빨갛다면 좀 곤란하다. 특히 주방기기일 경우는 식탁이나 싱크대의 색깔과 어울리는 색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철칙이다.
크기와 용량도 문제다. 결혼 후 한동안 집들이나 가족행사 등으로 대량의 접대가 필요하다 해도 업소에서나 쓸 10인용 이상의 전기밥솥이나 1000W급 이상의 청소기는 낭비다. 5인용 미만의 앙증맞은 크기의 제품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AS. 선물로 준 물건이 고장으로 속을 썩인다면 보통 미안한 일이 아니다. AS센터가 잘 갖춰져 있고 믿을 수 있는 업체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제품보증서가 들어 있는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어차피 새색시나 새신랑은 살림에 서투르기 때문에 고급 기능을 갖춘 복합형 다기능 제품을 줘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며 『핵심 기능만 갖춘 보급형 제품을 선물해 새색시는 살림에 재미를 붙이고 새신랑은 손쉽게 아내를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혼 컨설팅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듣자.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