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混需)>성큼 다가온 결혼 시즌 1조원 시장 핑크빛 물든다

새 봄과 함께 예비 신랑신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본격적인 결혼시즌이 다가왔다. 벌써부터 웬만한 직장인들의 책상 위에는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이 하나둘씩 쌓이고 전자상가와 백화점에도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분주히 살피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보통 3월 말부터 시작되는 혼수시즌이 올해는 한달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IMF한파 이후 다시 찾아온 경기침체로 전세값이 급등하고 일부 지역에선 전세 품귀조짐마저 나타나면서 일찌감치 보금자리를 마련한 예비부부들이 혼수가전 제품을 구입하는 시기 또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을 비롯해 대형 전자매장과 양판점 등 유통업체들도 예년보다 서둘러 신세대 혼수고객을 겨냥한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대대적인 판촉·할인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해마다 봄·가을 두차례 찾아오는 혼수시즌이야말로 연간 40만쌍 정도가 몰리는 최대 대목으로 혼수가전시장만도 자그마치 1조원을 상회하는 엄청난 규모다. 따라서 업체들은 이 기간에 매출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나머지 1년 장사를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총 공세를 펼치고 있다.

◇가전업체들의 판촉활동=결혼시즌을 앞두고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를 필두로 가전업체들은 이달들어 일제히 대대적인 판촉행사에 돌입하는 등 혼수특수 공략에 나섰다.

지난 5일부터 「으라차차 새 출발이다」라는 혼수 판촉행사를 전개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오는 31일까지 50만원 이상을 구입한 모든 고객에게 행남자기세트를, 200만원 이상 구입 고객에게는 주서믹서기·파카글라스·행남자기세트 등 각 지역별로 사은품을 제공한다.

또 이 기간에는 식기세척기와 가스오븐레이지 메르헨을 구입한 고객에게 오븐용기세트와 커플면기(그릇)세트를 제공하는 한편 지펠냉장고를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50명을 추첨해 이사돕기, 집들이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품결합으로 20% 이상 저렴해진 완전평면 복합TV 등 다양한 복합형 제품도 있다.

LG전자도 경품과 사은품을 내건 「해피 온 웨딩대축제」를 지난 9일 시작해 다음달 30일까지 실시한다.

이 기간에 300만원 이상 구입한 모든 혼수고객에게 15만원 상당의 LG패션 상품권, 200만원 이상 구입고객에게 신혼여행용 고급가방과 남녀 화장품세트, 100만원 이상 구입고객에게는 즉석 경품 응모권을 통해 200명을 추첨해 집들이 비용 50만원을 지급한다.

이 회사는 고기능 저가형 신랑각시 TV와 550L급의 일반형 모델 등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혼수용 모델을 집중 투입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대우전자는 별도의 혼수 판촉행사를 전개하지 않은 대신 자체 판매망을 통해 신세대 혼수고객의 구매패턴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이 선호하는 보급형 디지털 제품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혼수가전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동양매직은 혼수 고객을 대상으로 이달 31일까지 혼수제품을 두가지 품목 이상 구입한 고객에게 전기밥솥 또는 전자레인지를 추가로 제공하고 각종 사은품도 증정하는 「새봄맞이 매직 페스티벌」 행사를 실시한다.

◇유통업체들의 판촉활동=가전업체들 못지않게 혼수시즌을 손꼽아 기다려온 양판점·할인점·TV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유통업체들도 지난 2월 한달간 혼수판촉행사를 전개한 데 이어 이달들어 예비 신랑신부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기 위해 또 한차례 다채로운 판촉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월 한달동안 「하이마트 통큰세일」이라는 새해 첫 혼수 판촉을 전개해 예비 신혼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하이마트는 지난 3일부터 200만원 이상 구입한 혼수고객 2만쌍에게 순금 돌반지를 증정하는 「혼수대박 큰잔치」라는 이색 이벤트를 전개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 기간에 하이마트는 혼수고객 중 200쌍을 추첨해 중국여행권을 증정하고 LG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시행하는 한편 푸짐한 사은품을 증정한다.

지난 2월 10일간 「혼수가전 알뜰 찬스전」을 전개했던 전자랜드21도 3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혼수시즌을 맞아 10일부터 31일까지 「봄 정기세일」을 전국 50여개 직영점에서 동시에 실시한다.

이마트·까르푸·홈플러스 등 할인점과 롯데·현대 등 백화점들도 혼수시즌을 맞아 가전매장을 새단장하고 품목 수를 늘리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할인점들은 중저가 단품 위주로 혼수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데 반해 백화점은 수입 및 고가제품을 중심으로 한 패키지 판매에 치중하고 있다.

LG홈쇼핑·CJ39쇼핑 등 TV홈쇼핑과 삼성몰·한솔CS클럽·인터파크 등 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쇼핑업체들도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인터넷에 친숙한 젊은 세대들이 다리품 파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구매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다양한 판촉 이벤트를 마련, 혼수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혼수가전 동향=시대가 바뀌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혼수가전 품목도 크게 변하고 있다.

테크노마트 홍보대행사인 프라임커뮤니케이션이 최근 전자상가를 찾는 미혼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앙케트조사에 따르면 「난 다른 건 몰라도 이것 만큼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품목으로 남자는 컴퓨터, 여자는 식기세척기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남자 응답자 가운데 두번째로 선호하는 품목은 디지털TV며 다음으로 고급오디오·DVD플레이어·디지털캠코더 순으로 조사됐으며 여자 응답자들의 경우 대형냉장고·디지털캠코더·김치냉장고·컴퓨터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자 선호 품목 5위권에서 디지털TV, DVD플레이어, 디지털캠코더 등 디지털 제품군이 2, 4, 5위를 차지해 최근의 디지털 트랜드를 대변했고 2, 3, 4위를 차지한 제품군은 모두 AV 제품으로 절반에 가까운 미혼남성들이 여가활용을 위해 AV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디지털TV·DVD플레이어를 비롯한 디지털 가전제품이 혼수패키지로 부각될 전망』이라며 『지난해까지 일부 선택사양이었던 디지털캠코더와 컴퓨터도 이제는 혼수필수품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혼수가전시장에도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대우전자가 최근 자체 판매망을 통해 신세대 혼수 고객의 구매패턴을 조사한 결과 예비 신혼부부들은 컬러TV를 비롯해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모든 전자제품에 걸쳐 각종 디지털 센서가 부착된 디지털 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 3사를 비롯해 유통업체들이 디지털 제품을 선호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을 겨냥해 각종 보급형 디지털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디지털 선호 추세와 맞물려 올해는 복합·융합형 제품이 신세대 혼수고객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업체들은 신혼부부를 위한 추천 혼수가전으로 완전평면 DVD복합TV를 비롯해 DVD플레이어와 VCR(또는 CDRW)를 결합한 DVD콤보, DVD와 오디오를 하나로 묶은 DVD홈시어터 시스템 등 제품간의 결합으로 기능은 두배로 늘고 값은 저렴해진 복합형 제품을 제안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경기침체로 예비 신랑신부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IMF때와 유사한 수요양극화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구입 품목 수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컬러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전 품목에 걸쳐 대형 고급제품을 찾는 고객과 반대로 가격을 중시하는 실속파들로 혼수 고객이 양분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가전업체와 유통업체들은 혼수시즌을 맞아 실속있는 보급형 모델과 사이즈가 큰 고급형 모델을 전면에 내세워 열띤 판촉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