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의 자산은 바로 인재입니다. 다른 기관들과의 악화된 관계는 인력 교체로 복원될 수 있지만 유출된 인력은 돌이키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제3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으로 내정된 오길록 신임원장(55). 그는 인재 중용이 향후 ETRI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대 관건이라는 말로 신임원장으로 내정된 소감을 대신했다.
ETRI에서 32년간 연구하며 잔뼈가 굵은 신임 오 원장의 최대 장점은 누구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가장 심도있게 현안을 파헤쳐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연구소가 개인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월급을 무한정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연구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이 많은 월급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이탈하려는 인력을 붙잡는 절대적인 요인은 아닙니다. 연구원들은 그보다 자신의 연구업적과 성과를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다 보면 인력 이탈은 최소화되지 않겠습니까.』
오 신임원장은 인재 중용 스타일이라고 알려진 대로 인력이탈 방지를 위해 연구원의 교육기회를 획기적으로 확대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ETRI가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 등 유관기관과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시키고 석사로 들어온 연구원들에게는 박사학위를 받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며, 강단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상호 인력교류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이 그가 선택한 ETRI 활성화의 첫번째 대안인 셈이다.
『노조측에선 제가 시스템공학연구소(SERI) 단장 시절의 경영방식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경영혁신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굳이 노조를 축소시키거나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ETRI에서 밤새워 연구할 때 윗사람들이 찾아와 격려해줬던 분위기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오 신임원장은 연구원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가장 역점을 두겠다며 ETRI라는 거대조직을 이끌게 된 수장으로서의 각오를 새로이 다졌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