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신주발행·해외매각 추진

현대전자가 10억달러 규모의 신주발행과 12.12%의 계열사 지분 매각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의 반응은 냉랭하다.

14일 현대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50원 상승한 315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이날 지수가 강세를 나타냈고 그동안의 낙폭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는 현대전자의 발표를 크게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증시전문가들은 현대전자가 최근 다시 불거진 유동성 위기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기업정상화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전자는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을 주간사로 10억달러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추진중이며 대상 업체는 펀드가 아닌 미국기업이며 경우에 따라 현대계열사와 정몽헌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2.12% 모두를 팔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럴 경우 현대전자의 경영권은 사실상 외국계 회사로 넘어가게 되지만 지배주주가 없는 이사회 중심의 주주경영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며 현대전자의 대외 신용이 개선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증시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대상업체는 어디 = 현대전자는 우선 신주발행을 통한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대상은 미국기업이라고 밝혀 그동안 나돈 대만업체와의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인텔·모토로라 등 업체가 거론되고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D램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보다는 M램에서 강점이 있는 IBM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먼저 IBM은 연간 D램 수요량 중 30% 정도를 현대전자가 공급하고 있고 현재 비메모리분야에 주력하고 있어 메모리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전략상 필요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하고 있다.

◇주가 가치는 희석 = 현대전자의 신주는 액면가 이하 발행이 불가피해 늘어나는 주식수와 반대로 기존 주주들의 주가상승 기대는 어렵게 됐다. 신주발행을 위해 현대전자는 신주의 액면가 이하 발행안건과 총 발행주식수 한도를 15억주로 확대하는 안을 오는 27일 주총에서 상정,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구희진 LG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주주들을 배제한 액면가 이하의 주식발행은 주식가치 희석을 고려할 때 주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자본금이 대폭 늘어날 경우 감자를 전제로 한 채권단의 출자전환 압력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기존 주주들의 권리 침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반도체 가격 회복 = 워버그증권은 이날 정부가 계속해서 현대전자의 신용한도를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지만 D램가격이 약세를 이어간다면 현대전자가 본질적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또 대다수의 증시전문가들은 현대전자가 해외업체와의 신주발행 등 협상이 유리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D램 현물가격의 반등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전자가 이례적으로 신주발행과 지분매각을 추진중이라고 공개했지만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권 양수를 목표로 하는 해외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