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트랙 레코더>(7)KTB네트워크 박훈 이사

KTB네트워크는 보통 「사관학교」에 비유된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로 현재 업계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맹활약하고 있는 상당수가 KTB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KTB에서 한우물을 파며 명 캐피털리스트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82년 KTB 공채 1기로 입사, 현재 인터넷팀장을 맡고 있는 박훈 이사(46)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 이사의 벤처캐피털 입문은 우연이었다. 원래 금융권 최고의 직장으로 불렸던 한국은행에도 합격했지만 단지 몇개월 빨리 출근할 수 있다는 이유로 KTB에 둥지를 튼 것이다. 박 이사는 20년 가까이 KTB에서 활동하며 벤처투자팀 외에도 기획·국제·인사·총무 및 전자팀장, 대전지점장, 인터넷팀장 등 주요 분야를 거쳤다.

특히 93년 6월부터 96년 말까지 대전지점장으로 근무했던 시절은 박 이사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아있다. 그의 활약으로 KTB네트워크는 이후 대전지역에서 많은 성공투자를 만들어냈다. 이 중 94년 당시 매출 10억여원에 불과하던 자화전자를 발굴, 22억원을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것은 박 이사의 대표적 트랙 레코드 중 하나다.

당시 박 이사는 산은캐피탈과 한국기술투자로부터의 추가 펀딩도 유도, 총 40억원의 자금을 이 회사에 펀딩해주었다. 이후 자화전자는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인 지난 98년 등록됐음에도 불구하고 KTB네트워크에 100억원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또 같은 해 등록된 3개의 회사 중 2개가 박 이사가 투자했던 업체였다.

박 이사의 트랙 레코드는 지난 99년 5월 인터넷팀장을 맡게 되면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인터넷 바람을 타고 박 이사가 투자한 옥션·블루버드소프트·시큐어소프트·이니텍·사이버카드 등의 성공사례가 잇따랐다. 옥션은 37억원을 투자, 16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박 이사는 『이제는 벤처캐피털의 성격이 분명해지고 있지만 불과 수년 전까지만해도 벤처캐피털 회사 대부분이 투자보다는 여신에 치중했다』며 『과거에는 트랙 레코드를 거론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겸손해한다. 그러나 박 이사는 벤처붐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KTB 전자팀과 화학팀에서 한국컴퓨터·성미전자·유유산업·한올 등의 투자업무에 참여하며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의 감각을 익혔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벤처기업들에 의사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잘못된 것을 고쳐주고 때로는 부족한 것을 충분히 지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 이사는 『이전의 한국경제 패턴이 일본과 미국에 일정부분 뒤졌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동일 사이클상에서 움직인다』며 『앞으로의 벤처투자는 몇몇 선진국의 패턴을 따랐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패턴을 만들 수 있는 기술 및 산업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