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을 넘어 2050>고려대 한민홍 교수, 그루정보통신 이연재 사장.

사진; 고려대 한민홍 교수와 그루정보통신 이연재 사장이 무인자동차 KAV-5호 앞에 마주섰다.

『교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수술 후 건강은 어떠신지요.』 『괜찮아. 어제도 밤 11시 넘어 퇴근했는걸.』

한국 ITS업계의 신구세대격인 두 사람이 모처럼 자리를 마주했다.

고려대 한민홍 교수(58)와 그루정보통신의 이연재 사장(35)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 교수는 지난 80년대 미국 유학시절부터 무인자동차 연구를 시작해 국내 ITS기술분야에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학자다.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당시 이론적 가능성만 제시돼던 무인자동차를 국내에서 제작, 20만㎞가 넘는 도로주행실험까지 마쳤다. 시속 100㎞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무인자동차 뒷좌석에서 직접 계기상태를 살피는 한 교수의 철저한 연구방식은 벤츠·도요타 등 외국 차량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르고 돌아갔다. 한 교수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지능형 무인자동차대회를 개최해 후진양성에 나서는 한편 비히클테크라는 자동차 관련 벤처기업을 만들어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그루정보통신 이연재 사장은 외산수입제품이 주류인 국내 ITS시장에서 자동요금징수시스템(TCS)과 광센서 축중기, 영상차량검지기 등 굵직한 솔루션을 잇따라 국산화시킨 전형적인 엔지니어타입 경영자다. 고집스레 국산화를 주장해 온 이 사장은 올들어 세계 두번째로 개발한 K밴드 전파레이더를 이용한 차량검지기로 미국과 유럽 ITS시장 진출에 바짝 다가간 상황이다. 그는 사업초기 한 교수에게 많은 기술적 자문을 구했고 지금은 실험실 창업단계인 비히클테크의 경영을 외부에서 돕고 있다.

『지난 15년간 연구해 온 무인자동차가 요즘에야 실용화 단계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국내외 차량연구소에서 기술협조 요청이 부쩍 늘었거든요.』(한 교수)

『사람의 운전동작을 전자장비로 대체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동브레이크나 차선이탈방지장치 등은 올해 안에 상용화될 전망입니다.』(이 사장) 『지금은 도로변에 설치하는 고정식 ITS설비시장이 호황이지만 곧 차량탑재형 ITS안전장치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거예요.』(한 교수)

한 교수는 불과 한달 전 대장을 한 뼘이나 잘라내는 암수술을 받았지만 미국 트럭회사에 납품을 추진중인 차선이탈 방지센서의 튜닝작업으로 요즘도 밤을 지샌다.

『최근 ITS산업은 정보통신기술과 연동되면서 투자대비 효과가 많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부처별로 ITS 사업권한이 분산돼있어 효율적인 사업추진이 여전히 어려워요.』 한 교수는 그동안 실패한 정부의 ITS사업 사례를 꼼꼼히 지적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올들어 지자체 별로 발주되는 대규모 ITS사업을 보면 공사에서 운영단계까지 많은 부문이 개선돼 더이상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이 사장)

『국민의 혈세로 값비싼 ITS장비를 설치했으면 교통흐름 개선에 효과가 있어야 돼요. 사업가 이전에 국민된 도리로 정성껏 ITS사업에 임해야 합니다.』(한 교수)

오랜 시간 국내 ITS산업을 걱정하던 두 사람은 헤어지면서 불쑥 무인자동차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무인자동차 주행성능이 많이 좋아졌는데 집까지 바래다 줄까요.』(한 교수)

『아직은 사양하겠습니다. 그냥 택시타고 돌아가죠 뭐.』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한민홍 교수>

△42년 전북 임실 출생

△64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85년 조지아 공대 산업공학과 박사

△88∼91년 포항공대 산업공학과 교수

△91∼현재 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

△현 ITS코리아 임원, 비클텍 대표이사

<이연재 사장>

△66년 강원도 평창 출생

△92∼95년 지하철공사 근무

△96년 LG이노텍 사업기획팀

△99년 고려대 전자통신공학과 석사

△2000∼현재 드림정보기술 대표이사

△2001∼현재 수원과학대 정보통신과 겸임교수